학교급식은 왜 그렇게 맛이 없을까? 혹시 우리 학생들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선생님은 학교생활 26년 동안 나름 학교급식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하며 학교급식 운영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자신감에 상처를 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겐 딸이 있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도 우리 딸이 제가 충격받을까 봐 말을 안 하다가 한참 지난 다음에 제게 해주었습니다.

그 일은 우리 딸이 중 1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인근에 있는 모 초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딸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급식 이야기가 나와서 초등학교 때 나는 모 초교(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나왔는데 학교급식이 맛이 없었다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우리 딸은 엄마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걸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에 조금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시기에 선생님은 그 초등학교에서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를 하면 95%~98% 정도가 학교급식에 만족한다고 답변을 받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만족도 조사도 설문에 응답 가능한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했었으니 데이터량도 충분했습니다.

또한 학교급식 만족 여부에 대한 설문문항에 1. 매우 만족, 2. 만족, 3. 불만족, 4. 매우 불만족의 네 가지 응답 항목만 넣었는데 설문 문항에 <보통>을 넣으면 이게 만족이라고 봐야 하는지, 불만족이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되어서 <보통>을 빼고 했었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나름 정확하고 공정한 설문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당시 급식실에서의 학생들과의 소통도 굉장히 원활해서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학교급식에 대한 긍정적인 참여율이 대단했었습니다. 근데 그 친구는 왜 그렇게 초등학교 때 급식이 맛이 없다고 했을까요? 아마 그 친구가 학교급식에 만족하지 않은 2~5%에 응답한 학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교급식을 하며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키고 싶은 건 모든 영양 선생님들의 마음이고 우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함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지며 오늘은 변명이 아닌 학교급식에 대해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우리 학생들과 해보고 싶습니다.

 

1. 식재료가 주는 한계

영양 선생님들은 모두 식품학, 영양학을 전공하고 단체급식을 전문적으로 하며 우리 학생들의 식생활 개선 및 영양교육, 영양관리를 연구 및 실행하는 직업입니다. 항상 식단을 작성하며 식재료의 선정, 구성, 영양 등에 대해 작은 것 하나도 고민하고 고려합니다. 특히 같은 식재료여도 어떤 것이 더 우리 몸에, 건강에 좋은 것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경력이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20여년 전에는 냉동으로 지금처럼 만들어 놓은 질 좋은 수제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제비를 학교에서 직접 만들었는데 급식인원수가 많으니 20kg짜리 대용량의 밀가루를 들여다가 사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밀가루는 수입 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식단을 제공하다가 우리 밀이 학교급식에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밀가루도 수입 밀은 표백을 하고 외국에서 생산되니 온갖 방부제 등 안 좋은 것을 사용하고 우리 밀은 수입 밀보다 훨씬 안전하고 우리 몸에 좋은 식품(우리 밀에는 면역증강·항산화물질, 각종 미네랄 성분 등 기능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에 수제비 반죽을 만드는데 야심차게 우리 밀가루로 레시피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서는 오늘 우리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 국을 제공한다고 대단한 것처럼 광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수제비를 만들어서 먹어보니 식감이 영 아니었습니다. 수입 밀로 만들었던 수제비는 쫀득쫀득하고 찰졌는데, 우리 밀로 만든 수제비는 뚝뚝 끊어지며 찰기와 점성이 전혀 없어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 밀은 수입 밀보다 글루텐 함량이 낮아서 찰기가 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당연히 급식 후에 수제비가 잔반통에 잔뜩 나와서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건강에 좋은 식재료여도 우리 학생들은 맛이 없으면 안 먹는다는 걸 선생님은 그때 배운 것 같습니다. 학교급식은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참 어려운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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