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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 감상> 공갈빵이 먹고 싶다이영식

공갈빵이 먹고 싶다

 

이영식

 

빵 굽는 여자가 있다
던져 놓은 알, 반죽이 깨어날 때까지
그녀의 눈빛은 산모처럼 따뜻하다
달아진 불판 위에 몸을 데운 빵
배불뚝이로 부풀고 속은 텅- 비었다
들어보셨나요? 공갈빵
몸 안에 장전된 것이라곤 바람뿐인
바람의 질량만큼 소소하게 보이는
빵, 반죽 같은 삶의 거리 한 모퉁이
노릇노릇 공갈빵이 익는다

속내 비워내는 게 공갈이라니!
나는 저 둥근 빵의 내부가 되고 싶다
뼈 하나 없이 세상을 지탱하는 힘
몸 전체로 심호흡하는 폐활량
그 공기의 부피만큼 몸무게 덜어내는
소소한 빵 한 쪽 떼어먹고 싶다
발효된 하루 해가 천막 위에 눕는다
아무리 속 빈 것이라도 때 놓치면
까맣게 꿈을 태우게 된다며
슬며시 돌아눕는 공갈빵,

차지게 늘어붙는 슬픔 한 덩이가
불뚝 배를 불린다.

[이영식 프로필] 경기 이천, 문학 사상 신인상, 시집[공갈빵이 먹고 싶다] 외

 

[시 감상]
공갈빵! 늦은 겨울 골목 한 귀퉁이에서 빵 냄새가 났다. 커다랗게 부푼 공갈빵이다. 손에 잡자마자 툭툭 부서져 나가는 모서리, 빵 속에 공갈 대신 달콤한 설탕물이 있었다. 몸집만 보고 공갈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속이 너무 달콤했다. 세상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삶이 있다. 누구나 삶의 속을 갈라보면 달콤한 이야기들이 있다. 어쩌면 공갈빵은 속내를 감추기 위해 제 몸집을 그렇게 부풀렸는지도 모른다. 착한 공갈은 속 깊은 곳에 있다.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오늘 하루 공갈 속에 숨겨둔 말을 꺼내 보자. ‘사랑해’라는.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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