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윤

쓸쓸함에 대하여

이명윤


단골집이 사라졌다 단골집이 없는 세상을 천천히 뒤 돌아 걸었다

헐렁한 걸음이 심심해져서 휘파람을 불며 걸었다

흔한 칼국숫집 하나가 무어라고 중얼중얼거리며 유령처럼 걸었다

걸음의 표정을 누가 볼까 봐, 낯선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이명윤 프로필] 경남 통영, 전태일 문학상 외, 2020 시집 [수제비 먹으러 가자는 말] 외

 

[시 감상]
쓸쓸하다는 것은 어쩌면 나의 독백 인지도 모른다. 쓸쓸한 지금, 세상 어느 곳에선가 아이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하늘나라로 가며 또 다른 A와 B는 이별하고 누군가는 설교를 하며, 누군가는 코로나 검사 후, 음성 판정에 기뻐할지 모른다. 타인들이면서 동시에 나와 관계있는 모든 것들, 어쩌면 세상은 그런 유기적과 비 유기적인 관계를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유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서 낯설거나 쓸쓸해지거나 하는 일이다. 사라진 단골집의 자취는 곧 잊힐 것이고 나는 여전히 내게서 낯선 사람으로 살고 있는 지금.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