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소설가

기생들과 노닥이는 고위 관료들이 꼴 보기 싫어 풍자한 것인데 이 멍청이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재미있다고 박수까지 치는 것이었습니다. 기생들이 흘겨보는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다가 청지기 지성안이 일러준 대로 외과수술을 아주 잘하는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청지기 말로는 백정의 도움 따위는 필요치 않을 정도로 찢고 째는 데에는 뛰어나다고 합니다.

대문을 들어서는데 소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중년 남자의 등에 난 종기를 짜기 위해 메스, 아니 칼을 들이대는 것입니다. 네 명의 청년이 팔과 다리 하나씩을 붙잡고 환자의 입에는 솜으로 재갈을 물려놓았습니다. 혀를 깨물지 못하게 한 모양입니다. 고름을 짜낼 때 환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소리는 크지 않았습니다. 누런 고름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냄새도 고약해서 결국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습니다. 한 시간을 밖에서 빙빙 돌다가 다시 들어가 보니 이미 수술은 끝나 있었고 의원의 제자들이 피고름을 솜으로 닦아내고 있었습니다. 환자는 기진맥진해서 거의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야에 손을 씻는 의원에게 대면을 요청했습니다.

“이 혹을 떼어낼 수 없겠습니까?”

의원은 축 늘어진 내 혹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젓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몇 년 전에 혹부리 한 명과 작년에 한 명 수술을 했소. 혹이 딱딱해서 떼어 내기도 힘들었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렸소. 피 흘리는 것을 막으면 목숨은 구했을 것이오,”

의원의 말에 나는 김우희가 말했던 말을 했습니다.

“의원님 그 칼을 보니 아주 날카롭더군요.󰡓
“그렇소이다. 숫돌에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요.”

이렇게 날카롭게 하지 않으면 몇 번을 그어야 하기에 환자의 통증도 심하고 그 충격에 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칼이 무뎌지거나 살이 단단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찢고나면 살을 바늘에 비단실을 꿰어 꿰맨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현대 의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 같은 경우는 혹을 떼는 순간 출혈이 아주 심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수술이 끝난 후에 인두로 지지는 것이 어떨까요?”

김우희는 혹을 떼고 곧바로 인두로 지지면 된다고 했습니다. 의원은 고개를 젓는 것이었습니다. 인두로 지질 때 아픔을 견디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도 방법이 있습니다.

“마취를 시키면 어떨까요? 제가 아는 분이 중국에서 들여온 마취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토정 선생이 명나라 밀수꾼에게서 구할 수 있다는 마취제이야기를 하자 의원은 승낙했습니다. 수술비용은 선금으로 주고 수술을 하다 죽게 되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쓰라고 했습니다. 오십 평생을 혹을 달고 살았는데 그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혹을 제거한 뒤 인두로 지지자고 했습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안이 잔칫집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토정 선생이 부릅니다. 얼굴이 환해진 선생이 말씀하셨습니다.

“됐다. 이제 눌재 영감은 말을 더듬지 않게 되었다. 일단은 방법대로 고쳤으니 자신이 꾸준히 노력하면 불편 없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도 기뻤습니다. 몇 달 동안 신세 진 것을 갚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이번의 시술로 이 땅의 백성을 위해 눌재 양성지 선생이 더 큰 일을 하실 것이니까요. 방안에 들어가 보니 눌재 영감이 말을 또렷이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남달랐습니다.

“보기에 거북하지만 저런 자세로만 해야 말을 더듬지 않게 된단다.”

고개를 비딱하게 옆으로 누이고 말하는 눌재 영감을 보니 평생 말더듬으로 고통받은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혹을 살며시 만지며 평생의 장애를 끝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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