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철학)명예교수

최근 수 개월간 유튜브를 통해 동물의 세계를 관찰했다. 먹고, 싸우고, 거주하고, 사랑하고, 새끼를 낳아 기르고, 노는 모습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 전부가 인간 사회의 모습과 어찌나 닮았는지……. 그런데 대부분의 행동들이 예측되는 범위를 못 미쳐 끝마치는 것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일례로 밀림에서 초식동물들이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은 답답하다 못해 바보스러운 처신이어서 안타까웠다.

커다란 야생 소 수십 마리가 몇 마리 사자의 협공에 시달리며 새끼들의 희생을 망연자실하여 바라보는 장면, 금방 태반은 뚫고 나온 새끼가 맹수에게 희롱당하며 먹히는 데도 입으로 핥다가 겸연쩍게 도망가는 사슴의 무책임한 모습 등은 미완성의 소설장면 같았다.

초식 육식 동물을 막론하고 새끼를 낳고 보호하고 먹이는 일을 전적으로 감당하는 암컷들의 희생과 그 환경의 열악함, 새끼들을 양육하는 일이 젖을 주고 핥아주는 것이 전부라는 사실은 온갖 시설과 도구를 활용하여 화려하게 후세를 키우는 인간과는 그 차원이 너무나 달랐다. 온갖 유형의 주택을 지어 새롭게 주거환경을 만드는 인간의 행동양식은 동물들은 이해 못할 세계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최근 동물의 세계를 연구하여 인간의 그것과 버금가거나 더 으뜸 되는 부분까지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동물 애호론자들의 주장에는 쉽사리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들의 긍휼지심에는 동정을 표하지만.

동물의 신체 중에서 유독 활동적인 지체가 혀라는 사실은 새롭게 깨우친 내용이다. 사자는 태반으로 둘러싸인 새끼가 나오면 혀로 핥아서 양수와 핏물을 다 먹는다. 태반을 핥고 배총을 물어뜯어 말끔해진 새끼에게 젖을 물린다. 그 다음 새끼가 나오면 이 행동을 반복한다. 놀라운 점은 초식동물조차도 이 일은 똑같이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틈만 나면 새끼를 핥아준다. 얇고 긴 혀에 온갖 애정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장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핥기는 중간 크기의 사자와 다 큰 동료사자의 사랑 놀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을 수행하는 기제가 된다. 실제로 사자의 앞발은 사냥하는 일의 일부분만을 감당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생활에서 사자의 울음이나 발톱은 무용지물이다. 그러고 보면 사자의 이미지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가상의 것인지도 모른다.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전혀 달라진다. 우리의 삶은 거의 전부가 손으로 이뤄진다. 먹고 입고 일하고 사랑하고 옮기는 일의 전부는 손을 쓴다. 손을 다양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우리의 두되를 여러 가지로 쓴다는 말이다. 손의 정교한 움직임은 두뇌의 정교한 활동을 가리킨다는 것이 많은 인지실험에서 밝혀졌다. 물론 정교한 젓가락을 쓰는 한인들의 두뇌의 발달을 극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뿐더러 혀만을 써서 생존을 겨우 지켜내는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은 눈, 귀, 코 및 피부를 써서 두뇌를 활성화시키는데, 더욱이 이 모든 감각기관을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지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지식의 폭발적 증가로 인간의 서식지인 지구를 변모시켜, 급기야는 스스로 공격당하는 역기능을 몰고 왔다.

그러므로 인간의 손과 두뇌는 이제 최소한 과도한 사용을 규제하여야 한다. 어느 행동을 거두고 어느 것을 놔둘지를 이제 선별해야 한다. 대 전제는 인간과 자연생물이 공존할 목표에 이바지하는 행동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요컨대 일차적으로 자신의 유익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행동은 금지시켜야 한다.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두뇌사용을 도구적 지성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정교한 머리로 선량한 이웃을 해치는 일을 금해야 한다. 소위 선진국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국내에서도 똑똑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자들을 속이며 유익을 추구하는 일이다. 이런 일을 불의라고 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비리라고 한다.

이런 반성을 하면 동물의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필요 이상으로 두뇌를 사용하지 못하는 그들은 도구적 지성이 없으므로 오히려 평화를 누리는 것 같다. 인간은 도구적 지성을 써서 너무 나가는 바람에 오히려 화를 자초하였다. 도구적 지성은 철회되어야 한다. 약 바른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표현조차도 치졸한 인간의 도구적 지성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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