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자

개미

 

임영자

 

발가락에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점점 좁아지는 통로

배와 항만 곳곳
허사와 허탈한 말들 사이에 은닉된,
그 음지는 도리어 나를 낙관적이게 했다

반생반사의 매미와 지렁이의 목을 틀어쥐고
잠시 침묵하는 사이, 포플러 잎이 흩날리며 나를 덮는다
바람이 입맛을 다신다

결국, 이라는 말은 납득 아니면 포기
지나온 길을 천천히 기어와
지금이라는 날만 곧게 세웠었다

내 몸속에 묵은 독과 촉수로 발만 동동 구르다
밑으로, 속으로, 발 끝, 심장으로
은밀하게 타전하다 몰려드는 역공들

여태 기숙한 고독을 꺼내어
조근조근 말 못을 박 듯 묻고 싶은 밤
온기 없는 침대에 누워 다리를 오므린다

[임영자 프로필] 전남 보성, 2015 시와 사람 등단


[시 감상]

 

문득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난다. 때때로 우리의 무의식은 변화를 도모해본다. 이곳이 아닌 저곳, 이 상황이 아닌 저 상황, 하지만 결국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을 귀소본능이라고 하면 어떨지? 개미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개미인 것이다. 하지만 개미처럼 살아온 것만 해도 충분히 잘 살았다. 때론 개미보다 못했던 삶이라면 지금부터라도 변신을 도모해보자. 개미가 되는 것이다. 어려운 계절이다.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삶을 위해 더 노력할 때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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