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회사원

책의 제목이자 가장 처음 등장하는 단편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에 대하여

3647번 남은 숫자로부터 328번의 숫자가 눈앞에 어른거릴 때에서야 0이 되는 순간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게 될 날이라는 추측을 한다.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 살갑게 다가오는 어머니의 호의를 무시하고 어머니의 집밥을 계속 외면하며 328번의 숫자를 지켜나간다. 그렇게 오랜 시간 숫자를 멈추는 것에 성공한 주인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자 암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는다. 그리곤 바로 어머니를 찾아가 어머니가 만든 집밥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소설 끝엔 어머니와 아들이 같이 웃다가, 운다.

언제나 내일이 있고, 다음이 있고, 언젠가가 있어 아주 쉽게 넘어가버리는 일상들. 매일 먹는 집밥도 끝이 있다는 것. 그 끝에 닿아야만 ‘아!’ 하는 깨달음을 얻고 마는 삶.

매일같이 출근을 하더라도, 매일같이 보는 얼굴이라도, 매일같이 타는 버스라도 앞으로 계속될 수 있는 횟수가 나에게만 보인다면? 그렇다면 그 숫자를 피하려고 애써 빙빙 돌고 있을까? 하나라도 줄여보려고 억지를 쓰고 있을까?

바이러스로 팬데믹이 된 이 상황에서 우리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에 출입을 자제하고, 모임을 한정하고, 웬만하면 직접 접촉 없이 기기를 이용해 전달을 하거나 받고자 한다. 모두가 조심하고,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시기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모두가 각자 자신에게 푹 침잠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되어버리는 것들을 많이 목격하게 되기도 한다. 거추장스러웠던 어색한 옷들을 벗어 던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딱 그만큼만 움직이다가 사라지는 존재다. 그 움직임이 남의 시선을 위해서여야 할까? 지금까지 억압하던 모든 편견의 눈초리를 벗어나 자기 삶의 본질을 보는 눈을 제대로 갖추는 준비를 하는 것은 어떨까? 어떤 무리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도 담대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로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이나 표준)이 완성되었으면 한다.

잊지 말자, ‘당신이 내일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과 눈 맞출 수 있는 횟수는 OOOO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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