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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는 일자리를 원한다2020 베이비부머 진단①

1955~1963년에 태어난 720만 명... 현 노인인구와 맞먹어

베이비부머의 노령화로 생산인구 감소, 국민연금 고갈 위험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 55만3,000원... 노후 준비 미비 일자리 원해

박재형(가명, 58) 씨는 요즘 ‘쿠팡 플렉스’ 일을 하고 있다. 작년 10월 퇴직한 후 실업급여를 받고 지내다 6개월이 지나 그마저 나오지 않게 되자 4월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19~34세 우대’일뿐 50대 후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텔레마케팅이나 택배만 연령제한이 없을 뿐.

아르바이트를 알선하는 사이트에서 가지고 있는 차량을 이용해 쉽게 할 수 있다는 광고에 용기를 내 신청한 ‘쿠팡 플렉스’. 앱을 설치하고 지원한 뒤 찾아간 물류센터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 청년도 여자도 여럿이었다.

배당받은 택배물은 20개 남짓. 개당 1,350원에 2만7,000원을 벌 수 있게 됐다. 오후 1시에 시작해 5시까지 배달을 마쳐야 하니 1시간당 임금은 6,750원. 최저임금에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물류센터로 오고가는 시간, 유류비까지 계산하면 남는 게 있을까 싶은 일이다. 그래도 노는 것보다는 낫다 싶어 하고 있다.

저출산 탓에 노령인구로 빠진 베이비부머 자리 채우지 못해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일을 하고 싶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20~30년은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하지만 ‘끼인 세대’인 베이비부머는 부모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느라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 소득 없이 버틸 수 있는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 그나마 직장생활하며 넣은 국민연금이 있지만 그것도 100만 원에 훨씬 못 미치고 받으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

베이비부머는 말 뜻대로 ‘아기가 폭발적으로 태어난 시기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전쟁 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 중장년층의 많은 이들이 박 씨와 같은 처지다. 2020년 7월 현재, 통계청에 올라와 있는 베이비부머의 주민등록인구수는 약 720만 명 정도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24만 명 정도니 베이비부머 인구가 노인인구와 맞먹는다. 10년 뒤에 지금의 노인인구와 비슷한 정도의 노인집단이 추가된다고 할 수 있다. 55년생은 올해 65세가 돼 이미 법정 노인이 됐다. 김포시의 경우 45만 인구 중 베이비부머는 5만1,495명으로 11.4%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노령인구 진입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와 결부된다. 먼저 생산인구의 감소를 가져온다. 15세에서 64세까지를 경제활동인구로 보는데 720만에 달하는 베이비부머가 노인인구로 넘어가면 사회적 생산력 상실은 필연이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경제활동인구로 2005년에서 2013년생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게 되지만 베이비부머와 비교했을 때 인구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310만 가량 적다. 출산율 0.9명이 가져온 결과다. 이는 계속적인 출산율 저하로 다음 세대는 더 적은 숫자다.

베이비부머가 일을 해야 사회적 부담 줄일 수 있어

흔히 한국사회의 노령화를 논할 때 젊은 세대가 감당해야 할 엄청난 노인부양비를 빠트리지 않는다. <복지의 원리>를 쓴 양재진 연세대 교수는 베이비부머 전체가 국민연금을 수급하게 되고, 전문가들이 2차 베이비부머라고 지칭하는 635만 명의 68년~74년생마저 노령인구가 되면 국민연금은 고갈될 위험이 높다고 말한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받아야 할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낼 젊은 노동세대가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지 않은가. 결국 젊은이가 적으니 1인당 감당해야 할 보험료 부담은 커진다. 의료비의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도 따라온다.

그렇다고 베이비부머가 살아가기에 충분한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다. 1988년부터 시작한 국민연금은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으로 가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한 55년에서 57년생의 평균 수급액은 55만3,000원. 국민연금연구원이 정한 1인 가구 최소 생활비 108만700원의 절반이 조금 넘는다. 58년~63년생은 아직 수급을 시작하지 못했거나 ‘가입기간 10년’이라는 자격을 갖지 못한 사람도 많다. 58년생은 40%가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은 하나다. 베이비부머가 아직 일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 이들이 경제활동을 더 할수록 사회적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베이비부머 개인에게 있어서도 은퇴와 동시에 소비지출을 줄이고자 닫은 지갑을 다시 열 수 있으며, 직장을 그만두고 월급이 나오지 않게 되자 느끼는 상실과 막막함을 떨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55~64세 경제활동인구는 558만9,000명이다. 이중 취업자는 537만 명, 실업자는 220만 명이다. 실업률이 3.9%다. 2019년에는 552만4,000명 경제활동인구 중 174만 명이 실업자로 실업률은 3.1%였다. 작년보다 46만 명의 실업자가 더 생겼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베이비부머가 맞았고 다른 연령층에 비해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일자리를 다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취업자의 직군 또한 서비스, 판매종사자가 25.4%로 가장 많고, 기능, 기계조작 종사자 24.7%, 단순노무 종사자 18.9% 등이 뒤를 잇는 등 양질의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베이비부머는 재취업을 위해 노력한다. 의지도 높다. 올 5월 기준 55~79세 1427만1,000 중 962만 명(67%)이 장래 일하기를 원한다. 지난 1년간 취업경험도 65%나 된다. 취업을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 보탬’이 58.8%로 가장 많다. 33.8% ‘일하는 즐거움’의 두 배에 가깝다. 경제적인 이유로 취업시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좋은 일자리는 멀고, 기업은 젊은 노동력 원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작년 베이비부머 은퇴자 294명을 조사한 결과 다시 취업한 사람은 131명이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들은 재취업을 위해 평균 13개 회사의 문을 두드렸고 그중 4개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금은 이전보다 평균 65.6%나 감소했다. 또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비율 또한 68.7%로 오래 다니지도 못했다. 일을 하고 싶어 취업에 나선 베이비부머의 열망과는 달리 기업은 그들의 경력과 숙련도를 원하지 않아 중장년을 위한 일자리 수요 자체가 부족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3차 회의를 통해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로 고령화 속도가 크게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푸는 핵심과제로 노인연령 기준 조정과 더불어 생산성 제고를 위한 고용 가능성 확대를 제안했다. 주요 내용은 ▲주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기를 위해 임금체제 재편 및 계속고용장려금 지급 확대하고 ▲평생교육 및 진로교육의 활성화와 ▲취업과 창업 지원서비스 강화 ▲베이비부머 대상 일자리 개선(시니어직능클럽, 신중년 사회 공헌 지원) 등이다.

내용만으로 보면 핑크빛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를 끌어내리기에 충분하다. 기업은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경력과 숙련도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나이 젊은 노동력을 원할 뿐이다. 베이비부머 역시 새 직업을 구하기 위한 자기탐색과 계발 등의 노력 등이 필요하다.

 

 

김정아 기자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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