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미나리 세 자매 워킹맘 김선주 氏

반복되는 육아휴직으로 승진과 멀어졌지만 행복해

시어머님 도움 없다면 불가능한 상황... 감사한 마음

아이 태어날 때마다 성장하는 자신 발견, 앞으로 나가

김선주 씨와 미나리 세 자매.

북변동 풍년마을에는 루미(7), 루나(4), 루리(2) 세 자매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퍼지는 ‘미나리’ 가족이 산다. 봉우리 ‘루’를 돌림으로 해 세 아이의 이름을 짓고 보니 끝자리가 ‘미나리’가 됐다. 밝고 건강한 세 아이의 모습이 마치 푸릇푸릇 쑥쑥 자라는 미나리 같기도 하다.

14년간 서울 소재 무역회사를 다니고 있는 워킹맘 김선주 씨는 2012년 결혼을 하며 남편과 앞으로 함께할 인생 계획을 세웠다. 자녀는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셋을 낳기로 했다. 출산할 연도도 정했는데, 미나리 세 자매 모두 계획된 해에 태어났다.

“제가 딸 셋에 아들 하나인 4남매의 둘째 딸이에요. 자랄 때는 서로 싸우며 컸는데 다 자라고 보니 형제들이 참 좋더라고요. 한 달에 한 번은 모이게 되는데 의지가 되고 든든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셋을 계획했어요. 루미를 어렵게 낳아서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너무 예뻐서 다 잊어버리고 또 낳게 되더라고요. 언니도 아이가 셋이고, 동생들도 둘씩 나아서 모이면 스무 명이 북적거리게 되는데 그게 너무 좋아요.”

아이 셋 돌봐주시는 시어머님 덕분에 출근

세 아이를 출산하며 육아휴직을 반복한(루미 9개월, 루나 7개월, 루리 1년) 선주 씨는 승진과는 멀어졌지만 육아휴직 기간이 그에겐 리프레시할 수 있는 시간이 돼 다시 직장에 복귀했을 때 적극적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휴직 때 생각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일에 지친 동료들을 독려하기도 하면서…. 셋째의 육아휴직이 끝나며 8월 초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한 선주 씨는 아이 셋을 키우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시어머님 덕분이라고 한다.

“시어머님이 봐주시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하나도 죄송한데 둘째까지 봐주시고 정말 너무 감사하죠. 셋째까지는 도저히 염치가 없어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셋째도 봐주신다고 해서 육아휴직 끝나고 지난주부터 맘 편히 출근하고 있어요.”

서울로 출근하는 부부는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선다. 그래서 따로 살고 있는 시어머님이 여섯 시에 집으로 오신다. 아버님도 함께 오셔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후에 돌아오면 간식과 저녁을 챙기며 부부가 돌아오는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봐주신다.

워킹맘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을 채워줄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것이 남의 손이 될 수도 있고, 기관이 될 수도 있지만 가장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부모님일 수밖에 없다. 넘치는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주실 테니. 하지만 이제 아이들 다 키우고 오롯이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황혼의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자신을 다시 희생하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런 면에서 다른 워킹맘들에게 선주 씨는 참 복이 많은 엄마다. 그리고 시부모님은 한 가정뿐 아니라 이 사회를 위해 엄청난 역할을 하고 계시다 할 수 있다.

어린이집과 도서관이 육아의 필수

선주 씨는 아이를 키우는 데 어린이집의 도움도 크다고 말한다. 루미와 루나는 세 살부터 시립북변어린이집을 다녔다. 아침에 가서 오후 3시 반에 하원하는데, 선생님들의 체계적인 교육과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덕분에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단다. 특히 이번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과 온종일 함께 있다 보니 선생님들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내 자식도 하루 종일 돌보기 힘든데 20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마스크 때문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도 하나하나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니 모습을 보니 감동스럽더라고요. 너무 너무 감사해요. 이번에 어린이집 같은 기관이 없으면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겠다는 걸 절감했어요.”

선주 씨는 김포가 아이 키우기에 좋다고 말한다.

“첫째 낳고 복직하기 한 달 전에 시어머님이 계신 김포로 이사를 왔는데, 숲도 많고 도서관이 잘돼 있어서 좋았어요.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책 선물도 주고, 프로그램도 엄청 다양해서 아이가 크면서 참가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또 2주에 20권씩 책을 빌릴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시어머님이 육아휴직 동안에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오셔서 아이를 봐주셔 선주 씨는 루미와 루나가 어린이집이 끝난 뒤 함께 도서관을 자주 갈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한아름 들고와 아이들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단다. 루미는 책을 읽으며 다섯 살에 한글 읽기를 떼고 여섯 살에 쓸 수 있게 됐다. 물론 엄마 핸드폰을 이용해 아빠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한글의 자음 모음 원리를 체득한 덕도 있었다.

“제가 독서를 좋아해서 그런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접하게 해요. 방마다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을 비치해 두고 언제든 볼 수 있게 했어요. 도서관은 여러 가지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 참여하면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됐고요. 그런데 엄마들이 도서관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아직 이렇다 할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는 선주 씨는 아이 셋이면 돈이 많이 들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어린이집도 월 10만 원이 안 되는 체험 비용 정도밖에 들지 않고 돌봄수당과 육아수당이 있어 도움이 된다고.

루미도 루나가 태어나며 온전히 혼자 받던 사랑을 동생과 나누게 되었다.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지만 질투나 상실감도 있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정리해둔 자신의 앨범을 찾아보면서 ‘엄마가 나도 이렇게 사랑했지’라고 위안한다고. 계획과 정리에 강한 선주 씨는 본인은 물론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책으로 된 앨범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은 인생의 ‘새로운 만남 이벤트’

선주 씨는 세 자매를 낳을 때마다 회초리 한 개씩을 얻었다고 한다. 세 개의 회초리 덕분에 앞으로 나갈 수 있었고, 한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단다.

“루미를 낳고는 기본적인 생각이 전복되는 경험을 했어요. 그동안 부모님 뜻보다는 제 뜻대로 제가 잘나서 사는 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는 그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부모님의 고마움을 깨닫게 된 거죠. 루나를 낳고는 아이들이 나를 보고 성장할 텐데, 일에 대해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남의 시선, 남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의식하고 살았는데 이때부터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다 쏟아 붓고 다음은 하늘에 맡기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 일상을 내가 채우며 사니 삶이 단단하고 든든해졌어요.”

셋째 루리를 낳으면서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넓어졌다고 한다. 육아휴직 동안 책을 많이 보기도 했지만 이제 내 여건을 잘 엮어서 남에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게 1인 창작이나 사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데 아직은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다. 아무튼 마흔부터는 세상과 사람과 소통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른 의미를 갖겠지만 선주 씨는 인생에서 ‘새로운 사람이 나에게 와주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를 계획적으로 실행하며 아이들과 자신이 함께 성장하는 풍성한 삶을 엮어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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