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
한국평생교육
HRD 연구소
선임연구원

교육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이 생겼고 참여와 자치를 강조하며 학교의 민주시민교육도 강화되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불평등한 경제구조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니 사회적 경제도 교육에서 다뤄야 하는 주요 내용으로 등장했다. 국경의 벽이 얕아진 세계화 시대에 세계시민교육 또한 활발하다. 환경문제의 심화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또한 우리 교육에 반영되어 있다.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국제이해교육. 다문화교육. 문화다양성교육. 평화교육. 통일교육 등 너무나 많은 내용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 교육에 자리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기초 학력을 다루는 것 외에도 우리 아이들이 세상살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해내기 위해 바쁘기만 하다. 입시라는 장벽을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러한 교육들은 그 중요성은 알지만, 견고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 밖 교육관계자들은 학교에 이런 교육들이 더 강화되기를 바라며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곤 한다. 학교에서 강의 할 강사 인력풀 양성을 위해 강사양성과정도 무수히 생성된다. 아이들의 삶과 앎의 일치를 위해 비교과로 취급되는 교육들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민간자원들이 노력하는 모습에는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전문가적 견해로 현장에 쏟아지는 강사양성 과정을 보면서 이런 교육의 키워드를 단지 유행하는 교육주제로 이용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때가 많다. 강사양성과정의 수료증 발급으로 돈을 벌거나 이것을 내 강의자리 마련하는 것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면 교육의 질은 말 안해도 뻔하다.

저출산시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보육교사 자격과정이 성행했다. 자격증만 받으면 누구나 보육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분들이 도전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 보유자가 모두 다 보육교사로 일하지는 못한다.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변에 도전했다 그만두고 장농면허가 된지 오래된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유아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으로 많은 학부모가 분노했다. 사건 이후 보육교사 자격 취득의 엄격성을 논하며 자격검정제도에 대한 재평가가 들어갔다. 부작용의 피해를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 현실을 보며 안타깝기 그지없다.

교육은 유행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실험대상이 아니다. 최소한 비교과 과목에서만큼은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교육들은 너무도 깊이가 두텁고 엄청난 공부가 뒤따르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1+1=2라는 명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숙련된 명인이 도제교육을 하는 수준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달자의 철학과 인성이 바탕되지 않고 방법론만 진행할 수 없는 내용이 대부분이기에 충분히 체득된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전문인력을 만들어 학교의 손이 미처 닿지 않는 부분에 완벽하진 않지만, 교육적 협력을 더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태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일이다. 김포혁신교육지구 사업들을 통해 민간자원이 학교로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진 지금 이러한 문제점이 간과되지 않길 바란다. 단지 마을 사람들이 교육에 나선다고 모두 마을교육자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반문해 볼 때이다. 개인별로나마 마을교육에 대한 나름의 정의는 있는 것인지, 아님 김포에서 합의된 마을교육의 정의가 있기는 한 건지 성찰이 필요하다. 마을이 아이들을 돌본다는 외침 하에 누구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다곤 한다. 하지만 정말 진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보자. 내가 진심으로 아이들을 잘 지도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황인지를 말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들 하면서 먼 미래를 보지 않고 단지 유행에 따라 뛰어들 수 있는 일자리로 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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