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철학)
명예교수

기원 전 6세기 중반 서양철학이 출발했다. 장소는 오늘날 터키 지방인 이오니아의 밀레토스 지방이었고, 주인공은 탈레스 Thales 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 경험이 풍부했다. 당시 그곳은 지중해에 접해 있으면서 동쪽으로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가고, 남쪽 건너편으로는 크레타 섬 너머 키레네를 거쳐 아프리카로 가는 교역지로서 물산이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가 교차되는 국제 도시였다. 탈레스는 바다를 통해 이런 곳으로 가보고 해군장교로서 측량과 지리에도 밝아 다양한 경험을 쌓은 국제적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풍부한 문명 속에서도 삼라만상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그 이면에 불변하는 원질 무엇일까를 골똘히 생각한 사상가였다. 이 원소를 원질 arche이라고 부르면서 만물의 원질을 물 water이라고 가정하였다. 이런 추론을 시작함으로써 신화mythos는 철학logos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탈레스는 배를 타고 별을 관찰하여 천문학적 지식을 쌓아 이를 응용한 각종 자연과학적 진리들을 찾아내는가 하면, 수리 및 기하학의 법칙들을 세우기도 하였다.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과거의 기록들을 자세히 조사하여 규칙적 일식을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기원전585년 5월 28일의 일식을 맞추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유명한 탈레스의 기하학 정리를 법칙화했다. 이렇게 탐구에 집중하다보니, 아인슈타인이 그러했듯이, 보통사람의 눈에는 그의 행동은 생뚱맞기 짝이 없었다. 어느 날 철학의 아버지인 탈레스가 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느라 하늘을 보면서 정신없이 걷다가, 그만 발밑의 웅덩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이것을 지켜 본 트라키아 출신 하녀가 큰 소리로 비웃었다. “우주의 이치를 탐구한다는 분이 발밑의 웅덩이도 못 보다니요!” 철학자 탈레스가 스타일을 구긴 이 일화는 고상한 문제에만 매달리느라 현실에는 어두운 철학자들을 비판할 때 흔히 인용된다. 그러나 탈레스는 맹꽁이는 아니었다.

전설에 따르면, 하녀에게 망신을 당한 탈레스는 ‘철학자도 맘만 먹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 사업을 벌였다. 일식과 월식 탐구를 통하여 풍년과 흉년을 예측한 탈레스는 올리브와 포도 및 그 즙틀을 한겨울에 헐값에 사서 풍년에 기름을 짜고 즙을 만들어 흉년이 왔을 때 떼돈을 벌었다. 인류 최초의 주식투자, 그것도 선물 투자를 하여 막대한 이익을 남기자 사람들은 그의 식견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탈레스는 이 거대한 수익을 조건 없이 가난한 사람과 핍절한 사람들을 위해 나눠주면서 말하였다. “철학자는 돈을 잘 벌 수 있다. 그러나 철학자의 관심은 돈 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진리탐구)에 있다.”

이처럼 주식투자는 이미 기원전 6세기의 탈레스에게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근대적 주식투자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효시는 소아시아에서 이미 있었다. 더 나아가 탈레스는 우리에게 주식투자의 가치관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부의 축적이 주식투자의 최고 목적 내지 최고의 가치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한 목적이 없다면 주식투자가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투자 전문가나 분석가들이 권유하는 것도 바로 이런 가치관의 확립이다. 사실 이런 총체적이면서 초일상적 가치관이 없다면 자신의 통제력을 잃게 되고 정상적인 주식의 매매는 불가능해진다. 바람직한 투자는 합리적인 계획과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레스처럼, 합목적적 가치관을 가져야 건강한 투자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진다.

오늘날 주식 투자는 일상생활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의식주의 경제생활에서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은 곧 사람들의 삶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 향배를 아는 것은 삶을 지혜롭게 사는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주신 투자가를 거울삼아 건전한 주식투자의 가치관을 확립할 때 우리의 주식투자 문화는 신화mythos를 벗어나 합리적 논리logos로 바뀌어 갈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주식 투자는 투기를 벗어나 건전한 시장경제의 진면목을 찾아갈 것이다. 그런 선진주식국가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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