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먹습니다

윤이산   

 

또록또록 야무지게도 영근 것을 삶아놓으니

해토 解土 처럼 팍신해, 촉감으로 먹습니다

서로 관련 있는 것끼리 선으로 연결하듯

내 몸과 맞대어 보고 비교 분석하며 먹습니다

감자는 배꼽이 여럿이구나, 관찰하며 먹습니다

그 배꼽이 눈이기도 하구나, 신기해하며 먹습니다

호미에 쪼일 때마다 눈이 더 많아야겠다고

땅 속에서 캄캄하게 울었을,

길을 찾느라 여럿으로 발달한 눈들을 짚어가며 먹습니다

용불용설도 감자가 낳은 학설일 거라, 억측하며 먹습니다

나 혼자의 생각이니 다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옹심이 속에 깡다구가 들었다는 건

반죽해 본 손들은 다 알겠지요

오직 당신을 따르겠다는 그 일념만으로

안데스 산맥에서 이 식탁까지 달려왔을 감자의

줄기를 당기고 당기고 끝까지 당겨보면

열세 남매의 골병든 바우 엄마 , 내 탯줄을 만날 것도 같아

타박타박 떨어지는 눈물을 먹습니다

 

 

[프로필]

윤이산 : 경북 경주 , 영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응시’ 동인, 시집 <물소리를 쬐다>

 

 

[시 감상]

지금은  主食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어느 시절 감자가 주식일 때가 있었다. 어느 겨울, 논배미에서 몇 알의 감자를 호호 불며 먹었다. 입가에 붙은 검불과 때맞춰 내리는 눈발, 먹을 것이 귀해 씨감자까지 먹어야 했던 아슴했던 날의 기억 뒤편에 아부지, 어무이의 주린 배가 이제야 기억나는 것은 내 배가 부른 탓이다. 감자 줄기를 당기면 고만고만한 몇 알이 주르륵 딸려 나왔다. 그리움이란 감자들이. [글 /김부회 시인 ,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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