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유(협)김포인성교육센터 이사장

내가 항상 가슴에 품고 살면서 실천에 옮기는 논어의 명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교를 예교의 권위주의라고 생각한다. 공자에게는 권위주의가 없다. 모르는 것은 누구에게든지 묻는 것이 곧 호학이다. 배움(학學)이란 묻는 것(문問)이다. 물음이란 묻는 대상을 가리지 아니한다. 공문자는 태숙질을 치려할 때 공자에게 물었다. 그리고 공자의 말을 들었다. 아마도 이러한 개인적 체험이 공자의 언급의 배경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랫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진솔하게 물을 줄 아는 성품이 지도자의 제일의 덕성이다. 오늘 우리나라에 참다운 지도자가 없는 것도 이러한 덕성의 결여가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문(文)이라는 시호는 최고의 명예다. 당나라 무학의 대표자인 한유가 문공(文公)이란 시호를 얻은 것이 그 한 예이다. 송(宋)이후에는 두 글자의 시호가 보통이었는데, 문(文)을 관(冠)한 인물들은 모두 일류의 인물이었다. 송(宋)의 사마광이 문정공(文正公), 구양수, 소동파가 문충공(文忠公)의 시호를 얻었다. 문정(文正)이 최고이고 문충(文忠)이 그 다음 급이다. 명청(明淸)대에는 진사(進士)출신의 대신(大臣)은 모두 문(文)자를 시호로 받았다. 명나라 화가 동기창이 문민공(文敏公), 청나라 시인 문어양, 언어학자 왕인지가 모두 문간공(文簡公), 금석가 반조음이 문근공(文勤公)으로 시(諡)되었다. 청말에 내려오면 문(文)의 시(諡)의 가치가 좀 떨어지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증국번에게 문정(文正)이 이홍장에게 문충(文忠)이 시(諡)되었다. 문정(文正)·문충(文忠)은 역시 최고의 시호였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문정(文正)의 시호를 얻은 자로는 조광조, 송시열, 허목을 들 수가 있고, 문충(文忠)의 시호를 얻은 자로는 정몽주, 하륜, 신숙주, 유성룡 등을 들 수가 있다. 정도전은 문헌(文憲), 김장생은 문원(文元), 성삼문은 충문(忠文), 퇴계 이황은 문순(文純), 율곡 이이는 문성(文成), 다산 정약용은 문도(文度)이다.

수양대군의 찬탈에 가담한 신숙주가 문충(文忠)을 얻고, 성삼문이 충문(忠文)을 얻은 것은 찬탈을 거부하고 거열(車裂)의 극형을 받은 충신이 오히려 낮게 평가되는 서글픈 역사의 굴레를 되씹어보게 한다. 나는 과연 지금 여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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