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는 ‘도농복합, 선주민, 이주민, 신세대, 구세대, 평화, 접경지역, 구심지, 신도시’ 등의 키워드로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김포문화재단은 지역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여 도시브랜드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김포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 5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추진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문화도시에 대한 시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원탁토론 행사를 준비 중이다. 김포의 민관 모두 시민의 문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지역별 편차와 부족한 문화시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신도시 거주시민들도 문화시설의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5개 읍면동의 경우 기초적인 문화·체육시설 부족으로 문화로부터의 소외가 더욱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 중 그린벨트가 60% 가량 되는 고촌은 주말농장으로 활용되는 소규모 농경지와 고촌읍청사 내 도서관과 고촌청소년문화의집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여가 시설 및 동아리 차원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 위한 시설은 전무한 상태다. 보름산 미술관은 나름 고촌의 문화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접근성 문제로 실제 활용도는 높지 않고 김포의 명소로 알려진 김포현대아울렛은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시설이 대부분이다. 고촌이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보니 고촌 주민들 중 일부는 강서나 고양에 위치한 문화센터나 체육시설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이 이용가능한 문화·교육시설의 부족으로 지역에 대한 정주의식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포골드라인 개통으로 고촌역세권도 예전과 다르게 변모하고 있고 서울에서 김포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인구도 적잖이 있는 이곳에 풍요로운 시민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문화적 지원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고촌의 지리적 상황과 거주하는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대표적 문화거리가 무엇이 될지 구상해 보는 노력도 김포 문화도시 계획안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동네사랑방 ‘들꽃풍경’
고촌읍 풍굴로에 위치한 들꽃풍경은 ‘도자기와 야생화’라는 문화 아이템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계선, 기의호 원장 부부가 운영 중인 이곳은 오랫동안 조용히 고촌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들꽃풍경 안에는 항아공방이라는 도자기 공방과 야생화 농원이 자리하고 있으며 2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공방 옆 오래된 기와집 형태의 건물은 손영학 명장의 서각교실이다. 서각이라는 전통 기법을 갈고 닦는 지역의 인사들이 다녀 가는 곳이다. 숲길 곳곳에 나 있는 작은 풀 한포기도 이름 모를 야생화라 발걸음 하나하나가 매우 조심스러워지는 들꽃풍경은 자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감사하게 되는 곳이다.

도자기 공방인 항아공방은 이곳이 전통찻집인가 하는 호기심에 들어왔던 사람들에게 차도 내어주며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을 준다. 도자기 가마부터 도예작업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구비되어 있기에 누구든 원하면 도예 수업도 받을 수 있다. 들꽃풍경은 김포시 평생학습센터에 등록된 열린학습 공간으로 평생학습을 원하는 시민들을 위한 학습장소로 개방된 곳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아라주말학교라는 경기꿈의학교 수업을 통해 고촌 인근의 초등학생들이 도자기 만들기. 야생화 식재 등의 문화생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고촌 인근에 거주하는 자유학년제 중학생들은 진로체험을 위해 종종 이곳을 방문 한다. 이계선 원장은 김포청소년육성재단의 꿈지기 교사로 도자기를 배우고자 희망하는 아이들을 위해 재능을 나눠주고 있다 .

작년 가을에는 들꽃풍경에서 시민과 지역정치인들과의 환담을 나누는 밥상모임도 진행된 바 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이모씨는 “관에서 진행하는 대형행사보다 더 깊이 있고 진솔한 이야기가 오간자리였다. 고촌에 오래 살았지만 이런 곳이 있는줄 몰랐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멋진 장소가 있다는 데 감사하다”며 밥상 모임을 회고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희망의 밥상’이라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자 했던 김포시민 명사들과의 교류의 장은 아직 진행되지 못했지만 방역과 안전문제로 관공서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시민 모임을 위해 기꺼이 장소를 허락하고 있다.

2000년도부터 고향이었던 이곳에 터를 잡고 황무지와도 같았던 이곳을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구어 낸 이계선·기의호 원장 부부는 들꽃풍경이 고촌의 문화 사랑방으로 쓰임이 있는 곳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명의 상징 아파트 단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연을 벗삼아 문화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고촌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의 마중물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들꽃풍경이 어떻게 고촌 지역 주민들에게 따듯한 문화를 꽃피우는 곳으로 다가갈지 기대가된다.

이희
김포신문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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