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간발의 차이

이장욱

매일 간발의 차이로 살아가, 문 밖과 문 안에서, 침대 위와
꿈속의 망망대해에서, 모퉁이를 돌자마자 급정거한 트럭과
나 사이에서,
나는 아이이자 노인이지. 여자와 비슷하고 구름과도 비슷해.
눈 내리는 사망시각과 네가 없는 오후 네 시의 사이,
거기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안 사요, 안 믿어요, 시간 없어!
언제나 그런 겨울.
그 순간 너의 십년 후와 나의 십년 전이 만나는 순간은 온다
눈처럼 온다
무수한 사이를 만들며 온다.
너는 너를 그림자처럼 흘리고 다녔지만
나는 매번 미행에 실패하는구나
눈사람처럼 마음을 켜고
나는 문밖에 서 있었을 뿐인데
안 사요, 안 믿어요, 꺼져버려!
골목을 나오는 순간,
눈송이 1과 눈송이 2가 격렬하게 교차하는 순간을 목격했다.
간발의 차이로,
트럭이 급정거했다
운전석에서 누군가
십년 후의 나를 빤히 노려보았다.

[프로필] 이장욱 : 고려대 노문과, 1994 현대문학 등단, 시집 <생년월일>, 장편소설 외 다수

시 감상
늘, 내가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른다는 사람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 가까스로 도착하면 조금 전 타려던 버스가 떠났다. 건널목에 서면 파란 신호가 1초 남았다. 머피의 법칙을 거론하지 않아도 산다는 일은 매번 간발의 차이로 나를 생략하거나 거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좀 더 가른 시각에서 보면 더 큰 손해를 안 보고, 급히 떠난 버스는 고장 나고, 건널목에서 차량 충돌 사고가 났다면? 세상만사는 오직 ‘一切唯心造’다. 마음에 달렸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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