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명예교수

공자선생이 길을 걸으며 제자와 인생에 대한 노변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제자는 공자선생의 자연관, 인생관, 정치관을 두루 들으며, 이런 공자선생을 만난 것을 천행으로 여겼다. 내심 우주 삼라만상의 천리를 꿰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동네 어귀를 돌아가는데 어린이 두 명이 심각하게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얘들아,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서로 다투면 못 써요. 뭣 때문에 그러느냐?”“ 아, 어르신들 잘 만났습니다. 제가 맞는 말을 하는데, 얘는 아니라고 자꾸만 우겨요. 누구 말이 맞는지 좀 말씀해 주세요.”“ 그래, 말해 봐라. 우리가 듣고 나서 대답해 주마. 게다가 이 어른은 천하가 다 아는 공자선생님이신데, 모르는 게 없으셔. 틀림없이 너희들에게 맞는 정답을 주실 거야.”“ 때마침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군요! 저희 얘기를 좀 들어 보십시오.” 그리고는 두 아이들이 그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침에 해가 더 가까이 있죠? “아니지, 정오에 해가 우리와 더 가깝죠?”
“ ......???....”

공자와 제자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져서 입을 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 번도 이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른다고 발뺌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른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를 어째, 뭐라고 답하나……?’ 아이들을 향해 모든 걸 다 안다고 큰 소리쳤던 제자는 스승의 눈치만을 살폈다. 공자선생도 난감해졌다. 그러나 공자는 역시 공자다웠다. 노회하게도 그는 그 아이들에게 질문을 되던졌다“. 너희는 왜 그런 생각을 했니?” 그러자 한 아이가 대답했다“. 아침에 해가 우리에게 더 가까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건은 가까이 있을 때에 더 크게 보이는데, 아침 해가 정오의 해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죠?”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것을 섣불리 맞장구치기가 불안했다. 이윽고 다른 아이가 입을 열었다“. 불이 가까이 있을 때 더 뜨겁습니다. 정오에 햇볕을 쬐면 너무 덥잖아요. 그러니까 정오의 해가 아침 해보다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있지요.” 다 맞는 말이었다.

모든 삼라만상의 운행을 꿰뚫고 있다고 자랑을 했던 공자의 제자는 생각을 해 보았으나, 어느것이 더 맞는지 아리송했다. ‘이를 어쩐담……?’ 궁리를 해도 묘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공자 선생
도 제자도 대책이 서지 않았다.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수염을 쓸어내리던 공자가 한 마디 내뱉었다. “야, 이놈들아, 쓸데없이 멀리 있는 것을 알려고 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거나 똑바로 알아라!” 공자선생의 꼰대 같은 대답을 듣자마자, 한 아이가 대꾸했다“. 그럴까요? 할아버지 눈에서 가장 가까운 할아버지 눈썹은 몇 개이지요?”“ ......................????!!!!”

공자선생께서는 긁어 부스럼을 일으킨 것을 직감하고는 제자와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떠나면서 중얼거렸다. “벌집을 잘못 쑤셨어. 차라리 솔직했어야 하는데....” 이런 깨달음에서 나온 것일까? 공자의 저술인 『논어』의 「위정」편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아는 것을 안다고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대체로 이렇게 행동하는 꼰대들이다. 꼰대들의 특징은 첫째로 자신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런 확신 때문에 그들은 사물을 전혀 보지 않고, 보지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깨닫지 못한다. 둘째로 자신들의 무지에도 불구하고 사사건건 무턱대고 훈수를 들려는 오만함을 보인다. 셋째로 이들은 순수한 촌철살인의 직관을 가진 어린이나 전문인들의 식견을 무시한다. 넷째로 더 황당한 것은 자기의 무지를 감추려고 아이들의 합리적 질문을 쓸데없는 짓으로 몰아세우는 몰상식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현정부의 코로나 사태 초기의 대응이 꼭 이랬다.

그리고 이런 유사한 사태를 우리는 일상생활의 방방곡곡에서 발견하게 된다. 가정과 사회가 발전하려면, 공자와 제자의 태도와는 반대로, 아이들의 직관력을 칭찬하고 받아들여 그것을 체계적 지식으로 가꾸어가도록 정직하게 뒷받침해주는 일이다. 놀랍게도 소크라테스 선생도 똑같은 주장을 했었다.“ 아는 것은 안다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며,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덕이다.” 예수께서는 “천국은 이런 어린이들의 나라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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