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위하여

 

윤진화

 

배추를 사서 김치를 담그자. 칼을 긋고 벌린다. 은밀한 속살에서 원시림의

향기가 살아서 살아서 다른 몸으로 전이된다. 이 참을 수 없는 원죄를 꼭

붙들라, 누군가 성호를 긋고 있다. 배추를 벌리고 소금을 넣으며 떠올리는

야릇한 경계, 신을 모방하는 손길. 대개 배추는 속부터 간이 들어야 제 맛

이다. 신은 내 머리를 벌리고 밀어 넣는다. 채 썬 무, 엇비슷한 키를 가진 갓을

섞어 밀어 넣는다. 대개 본연의 형태를 저버린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속을 더

꽉 채운다. 그렇다. 그렇다 치자. 사내인 당신이 나를 가르고 내 속을 채우던

날을 기억하자. 그 속에 매운 고추, 파, 다진 마늘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것은 신도 알고 나도 안다. 가끔은 달콤한 과일을 넣는다. 혀를 속인다. 몸을

속인다. 익어가는 모든 것들은 맛있다. 알맞게 간이 밴 내 몸과 또 다른 배추를

찾으러 시장을 기웃거리는 신처럼, 우린 맛있게 익을 권리와 의무가 있는

김치를 담근다.

 

프로필

윤진화 : 전남 나주, 서울산업대 문창과, 명지대대학원,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우리의 야생 소녀>

 

시 감상

나이 든 여자를 가볍게 혹은 다정하게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 아줌마. 아줌마라는 말의 어감에는 많은 의미가 깃들어있다. 부정적인 의미를 공제하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장 먼저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푸근함, 넉넉함, 약간은 살집이 좋은, 음식점, 情, 인심 좋은 이웃 등등의 것들 중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은 어머니다. 그리고 아내다. 아줌마라는 김치가 익을 때까지, 아니 익어서 누군가의 미각을 자극할 때까지, 온통 헌신과 봉사를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우리들의 어머니, 아줌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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