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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영감의 김포 이야기> 해학꾼 김선달
최영찬 소설가

여기까지 말하고 양성지 영감의 눈치를 살피니 그다음 말이 궁금한 모양입니다.

“그, 그, 그래, 서.”

애견을 구렁이에게 먹히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뒤에 심한 말더듬이가 되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언젠가 꿈에서 해외뉴스를 보았는데 커다란 불독이 조그만 애완견을 잡아먹는 것을 본 여주인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나이 어린 양성지에게 사랑하는 강아지가 뱀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겠지요.

“네, 영감. 석 냥짜리 닭을 스물다섯 량에 산 김선달은 그 닭을 가지고 사또를 찾아가 봉황을 바치겠다고 했습니다. 뭔가 바치겠다고 하니 반갑게 쫓아 나온 사또는 화가 났습니다. 선달이 내민 것이 봉황이 아니라 닭인 것을 알고 당장 형틀에 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선달이 봉황을 바치려고 왔는데 왜 이러냐고 질질 눈물을 짜니 연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촌사람이 사기꾼 닭장사에게 속았다는 것을 안 사또는 가짜 봉황을 얼마에 주고 샀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또 나으리, 저의 전 재산인 삼백 량을 주고 샀습니다.”

열 배를 튕긴 김선달의 연기에 넘어간 사또는 닭 장사를 잡아 문초했습니다. 그는 어리숙한 촌사람을 속인 것은 시인 했으나 스물 닷냥을 받았다고 하니 대질심문을 했습니다. 김선달은 계속 삼백량이라고 우기니 곤장을 맞게 된 닭 장사는 삼백 냥에서 스물 닷냥을 뺀 돈을 돌려주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닭 장사를 골탕먹인 김선달은 또 다른 계획을 세웁니다.

“다음 이야기는 김선달이 대동강을 팔아먹는 이야기입니다.” “가, 가, 강물, 강, 강, 물을 파……”
더듬느라 말도 잇지 못하는 양성지입니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난 천재라고 해도 말을 더듬으니 작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말만 제대로 했으면 지금쯤 판서는 능히 하고도 남을 분입니다.

“네. 김선달이 평안도 상인들에게 강물을 팔아먹습니다. 단숨에 떼돈 바라는 장사치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지요. 선달은 욕심 많고 평판이 나쁜 상인들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래서……”

김선달은 자신과 친한 사람을 백여 명을 소집해서 각자에게 백 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대동강에서 물을 떠갈 때m자신에게 한 푼씩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면 백 푼 즉 한 냥을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물은 매일 퍼가니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김선달은 목표한 상인들의 귀에 몇 월 며칠부터 대동강물을 퍼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말이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대동강가에 천막을 치고 대동강 물을 퍼가는 사람에게 한 푼씩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네. 강물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은 처음 듣네.” 상인들은 의심을 품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하나 둘 모여들어 살폈습니다. 정말 물을 떠가면서 돈을 내는 것을 보고 김선달에게 다가가 묻습니다.

“어제까지는 대동강 물이 공짜였으나 오늘부터는 내가 주인이오. 조정에서 증명서도 주었소.”김선달이 문서를 내미는데 정말로 대동강의 주인이 김선달로 바뀌었고 물을 사용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평양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인간이 물을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머리 회전이 빠른 상인들은 계산을 해보니 금세 부자가 될 것입니다.

“이 강물을 팔 수 없겠소?” 상인들이 팔기를 요구했지만, 김선달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연신 돈을 받았습니다. 그릇에 엽전이 수북하게 쌓이자 상인들은 가격을 점점 높여 불렀습니다. 그래도 꼼짝하지 않자 애가 탄 상인들은 얼마를 주면 팔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내뱉습니다. “십만 냥이면 생각해 보겠소만.”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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