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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한 문장] ‘서둘러, 그러나 천천히 (Торопись но медленно)'
김현아
(재)김포문화재단
문화예술 본부장

1996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 ‘열정’ 하나만 가슴에 품고 넓디넓은 동토의 땅으로 날아갔다. 극장예술이 발달한 그 곳에서 다양한 실기 수업을 받았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수업 중 하나가 바로 성악수업이었다. 노래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지만 한국에서는 노래를 잘한다거나, 또는 목소리가 좋다거나 하는 칭찬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입에 발린 소리라도 없었다. 대부분이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다’, ‘시끄럽다’라는 말들 뿐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러시아에서는 “목소리 색깔과 톤이 좋고 듣는 귀도 발달했다.”라며 구체적으로 칭찬해주곤 했다. 지나치게 인정해주는 러시아 성악교수님덕분인지는 몰라도 노래가 더욱 좋아졌고 실력도 나날이 향상되었다. 더 빨리 향상되기를 매일같이 기도했다. 이러한 간절함 때문인지 타 학생들보다 월등히 실력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목소리를 더 빨리 가질 수 있는지’ 교수님께 매 수업마다 묻고 또 물었다. 좋은 목소리를 갖게 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교수님은 나를 한참 쳐다보시고는 “현아야, 러시아 말에 이런 말이 있어.

Торопись но медленно(서둘러, 그러나 천천히)” 순간, 그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항상 그 말을 되새겼다. ‘서둘러! 그러나 천천히!’ 서두르고 바로 끝내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서두르라는 말이다. 내 삶에서 이 말을 잊은 적이 결코 없다. 훈련이란 하루에 많은 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다. 근육이 기억할 수 있게 말이다. 대학에서 강의했을 때에도 이 말을 학생들에게 하곤 했다. 김포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는 지금도 종종 스스로에게 말하곤 한다.

“현아, Торопись но медленно(서둘러, 그러나 천천히).”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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