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학부모가 말한다>

오늘도 하늘이 맑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봄의 파란 하늘을 만나 본적이 별로 없었던 터라 하얀 벗꽃과 노란 개나리와 진홍빛의 진달래꽃이 예쁜 그림을 그려 놓는 봄의 풍경과 어울리는 파란 하늘을 아이에게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나 조차도 겪어 보지 못했던 무서운 감염병 때문에 올해의 파란 봄도 아이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지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2020년의 봄은 ‘코로나 19’로 온 세상이 멈춰버린 듯 시간만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북적거려야 할 학교의 교정은 적막하기 그지없고, 거리를 나온 사람들은 주변의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얼굴을 마스크로 반쯤 가린 채 어떤 표정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개학이 계속해서 늦어지면서 온종일 집에서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규칙적인 생활과 일상이 흔들리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까지도 흔들리고 있는 듯합니다. 지인이 보내준 한 장의 사진이 단체 메시지 방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준 일이 있습니다.

코로나 방학 생활 규칙이라는 제목의 종이에는 집에서 지켜야할 규칙을 적어 두었는데, 그중 엄마들의 가장 큰 공감과 웃음을 선사한 항목이 있었습니다. ‘엄마에게 쓸데 없이 말 걸지 않는다.’ ‘위 사항을 어기면 피가 코로나 올 것이다.’

질병의 이름을 해학적으로 이용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엄마를 찾아 불러대는 아이들의 요청과 자기 시간 하나 없이 흘러가버리는 시간 덕에 엄마들은 더욱 지칠 수 밖에 없는 사실이 공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고 엄마에게 쓸대 없어도 좋으니 얼굴 마주보고 대화를 좀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춘기의 엄마들도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에게 요청하는 말이 너무 많아서 피로하고, 혹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말 한마디 하지 않아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 이것은 모두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얼마나 잘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이가 반복적으로 엄마를 찾고 엄마를 부르고 말을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과 시간을 엄마와 나누고 싶어 한다는 아이의 메세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들은 그 마음과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태 살아왔던 방법으로 엄마에게 요청 사항을 일일이 늘어놓게 되는 거죠.

아이가 사소한 일까지 엄마를 찾아서 해결을 하려고 한다면, 귀찮아 하거나 짜증내지 말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꼭 한번 안아 봐 주세요. 그리고 이 아이가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을 들어 주세요. 엄마에게 물 한잔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아이는 ‘물’ 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엄마와 소통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일 지도 모르고, 계속해서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는 엄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부모와 아이와의 소통 중 중요하지 않은 대화는 없습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의 목소리 대신 ‘쾅’하고 닫히는 문의 소리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부모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만든다고 해도 반대하고 나서고 싶은 아이들도 미운 표정, 과장된 행동으로 늘 부모와 소통하고자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통의 방법을 제대로 배운적이 없기 때문에 그 표현이 서툰 것이고, 그 서투름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으로는 ‘쟤가 오늘 안좋은 일이 있는건 아니야?’라고 여기면서도 그 걱정을 ‘어디서 배운 버르장 머리야!’ 하고 울컥하는 말이 먼저 튀어나가기도 하고, 이런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에게 서운해서 미움마음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서투른 소통의 방법을 올바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부모여야 합니다. 말 습관을 보다 다정하게 바꾸어 보고, 사소한 아이의 요청과 부름에 대꾸도 없이 얼른 해결을 해주기보다는 해결하는 방법을 말해주고, 눈으로 아이의 행동을 바라봐 주는 것을 아이들은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이 멈춰 버린 듯한 시간도 언젠가는 끝이 날겁니다. 그리고 내 품의 자식이 나의 품을 좁게 여기고 떠나게 될 시간도 언젠가는 찾아오게 됩니다. 함께 있을 수 있는 이 시간, 조금은 더디게 느껴지고, 피로감이 몰려올지라도 아이들이 엄마에게 보이는 행동과 말과 눈빛은 엄마의 관심어린 소통을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따스한 말로 아이의 하루를 채워가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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