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운양고2)청소년기자

고3들이 쏘아올린 놀라운 표

모의투표 결과에도 집중해야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쉴 틈 없이 달려오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지난 15일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선거는 2000년대 들어 전 국민 최고 투표율, 역대 최장 투표용지 등의 놀라운 신기록들을 남겼다. 이에 더해 가장 주목해야 할 기록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만 18세 고등학생들이 유권자의 자격을 부여받아 선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만 해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만 19세 이상으로 제한됐었지만 작년 12월 27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부터는 고등학교 3학년 중 생일이 지난 만 18세 청소년들도 선거가 가능해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무려 54만8,986명이 만 18세였다고 한다.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해 봄으로써 우리나라에는 어떤 정당이 있고 어떤 정치인이 있으며 어떤 공약들을 어필하고 있는지 등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큰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우리나라와 개인의 삶에 무슨 정책이 필요하며 어떤 방향으로의 발전이 필요한지 판단해 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정치성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상대와 소통하는 법, 상대와 타협, 협력 혹은 설득하는 방식을 보고 들으며 직간접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실제 총선 결과만큼 눈여겨 볼만한 결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청소년들의 모의투표 결과다.

‘청소년 모의 투표’란 한국YMCA전국연맹에서 투표권이 없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시민교육차원의 투표 연습 캠페인이다.

이번 청소년 모의투표와 실제 선거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과가 보인다.

먼저 국회의원 투표 결과를 보면 실제 총선과 모의 투표 결과 모두 한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압승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청소년 투표권의 힘’이 이번 실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역대 최고의 파워여당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는 여러 선거 해설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다음으로 실제 선거와 모의 선거 결과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는 부분은 비례정당의 득표 순위다. 실제 총선의 비례정당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정의당과 3%의 득표율도 채 얻지 못해 국회 진출에 실패한 여성의당이 청소년 모의 투표에서는 각각 2위와 4위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고려하고 고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청소년들의 큰 지지를 받은 두 정당의 이미지와 공약들을 살펴보면 정의당은 주로 노동자와 청소년, 여성 등 사회 비기득권층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들을 꾸준히 제안해 오고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리고 여성의당은 당 이름처럼 온전히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정책만을 제안하며 여성혐오가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정치를 하고 힘을 쓰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선택은, 어른들이 자신들에게 떨어질 이익을 불리기 위해 여당, 야당, 진보, 보수, 빨강, 파랑을 놓고 편을 갈라 싸우는 동안 미래에 청년이 되고 노동자가 될 청소년들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닥칠 일자리 문제를 고민하고 성차별 문제를 걱정하며 미래의 삶에 대한 큰 불안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 ‘어린 애들은 뭘 몰라서 투표권 주기에는 못 미덥다’는 시대는 지났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자신들이 살아 갈 미래를 위해 매일을 고민하고 걱정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이 공부하고 발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들이 이 나라의 기둥이 될 것이고 분명히 지금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정치는 ‘파워 유권자’인 청소년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경쟁의 장이 될 것이고 그렇게 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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