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난 새

오선덕

마를 날이 없는 날개를 가진
새들의 저녁 식사는 언제나 소박했다
여물지 않은 어린 새들의 부리는
날밤을 쪼아 댔다
식탁 위 텅 빈 접시에는 여린 부리의 파편과
깨진 밤의 조각이 쏟아졌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모릅니다
모른 척 합니다
각자 생존의 법칙은 은밀하게 어디에서나 허용되었다
닳아서 보이지 않는 지문은
써보지 못한 대리석처럼 반들거렸다
달빛마저 지워버린 밤의 적막
날갯짓도 없이 새들이 떠났다
우리는 서로의 몸짓을 모릅니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듬지에서 들리던
파도소리도, 새들의 노랫소리도 사라진 이 계절
이 계절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프로필] 오선덕 : 전남 광주, 시와 사람 등단, 광주대 대학원 문창과


시 감상
이 계절, 봄이다. 돌연 봄이 실종되었다. 전국이 코로나의 계절 속에서 다음 계절을 잊어버린 듯하다. 순환은 삶의 섭리다. 아이들이 크면 품을 떠나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상의 순환이 멈춘 듯하다. 하지만 대자연의 법칙은 늘 동일한 궤적을 갖고 있다. 이 시련의 계절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것을. 문득, 창밖을 보니 목련이 활짝 피었다. 너무나 당연한 듯, 일상이 되돌아올 것이라며 봄이 목련을 피웠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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