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원
월드민화센터대표
한국문화센터
민화전문강사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 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 대략 3년이 걸린다. 이 법칙은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논문은 수많은 논문과 저서에 인용될 정도로 심리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앤더슨의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저 막연하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어떤 직업을 갖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어린 시절의 고민 속에서 수년에 걸쳐 열심히 그림공부를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고 성실성만으로 인정받는 사회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디자이너로 갖추어야 할 실력을 갖추고 컴퓨터시대를 준비하면서 디자이너 일과 강의까지 하며 열심히 살았다.

결혼하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취미생활이나 해외여행을 하며 사는 것이 질 높은 삶이라고 여겨질 나이일 수 있지만 나는 끊임없이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민화'의 세계가 내 앞에 다가왔다. 그것은 내게 실로 신세계였다. ‘이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데 단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나이를 생각하니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나를 주춤거리게 했다. 그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 글을 접하게 됐고, 나는 용기를 냈다. 그후로 하루 8시간 이상을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 각종 자료수집, 도록 구입 등을 하며 민화 속에 빠져들었고, 민화를 가르치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가르치는 일도 즐거웠다. 내가 그저 숫자상으로 1만 시간을 채우려 했으면 중도에 포기했을 테지만, 민화를 그리는 것이 정말 행복했고 감사했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노윤숙 교수님(수원대 미술대학원 객원교수)께서 이런 나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셨다. 각종 공모전 출품과 수상이 연이었고, 국내 전시는 물론 해외 전시까지 참여하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2020년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이 침체되어 전시회는 취소, 공모전은 연기되고 있지만 ‘갤러리360’(온라인 갤러리, 아트플랫 폼)에서 전시 제안이 들어왔고 갤러리360에서는 온라인 개인전
과 동시에 그림 판매의 장을 열어주셨다. 이미 1만 시간이 훌쩍 넘어선 지금, 나는 민화 작가로, 민화 선생님으로 불린다. 내게 있어 그 1만 시간의 훈련은, 참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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