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짬뽕을 이긴다

모현숙

고깃집 가서 외식하자는 딸에게
짜장면이나 짬뽕이 먹고 싶다는 노모의 입맛은
떠나온 고향 오일장 그 어느 난전에 머물러 있다
착한 가격 동네 반점의
홍합 짬뽕과 짜장면 앞에서
짜장면 그릇을 먼저 집는 노모의 외출은 단출하다
짜장면이 짬뽕을 이기고,
따신 보리차가 생수를 이기던 동네 반점
살아오면서 거의 이겨본 적 없던 노모는
이긴 짜장 면발 앞에서도 몹시 조심스럽다
덩달아 단무지까지 노랗게 얌전해진다
옷에 묻히지 않으려는 짜장면처럼 조심스러운 노화가
짙어진 검버섯과 작아진 몸집으로
빈 짜장면 그릇 건너편에서 아이처럼 웃는다
요안나 요양원에 다시 모셔놓고 돌아서는 저녁
노모를 이겨 먹은 딸의 명치끝이 검게 막히고
오늘도 지고 있는 노모는 고요하고 점점 어리기만 하다

 

[프로필] 
모현숙 : 조선문학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대구시협, 시공간 회원,
시집 <바람자루엔 바람이 없다>


[시 감상]
짜장면은 유년에 가장 고급 음식이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동네 반점에 둘러앉아 짜장면에 군만두를 먹던 기억. 세월이 흘러 자장면은 외식 중 가장 저렴한 음식이 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하나둘 주변을 변화시켰다. 코로나가 세계적 팬데믹 현상이 되고, 국내에서는 요양원의 대규모 집단감염이 큰 문제가 되었다. 다만 몇 주라도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좀 더 부모에게 관심을 갖자. 더욱이 요양원에 계신다면 뵐 수 있을 때 한 번 더 뵙자.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 것은없다. 다만, 더불어 익어가는 것이다. 문득, 노란 단무지와 검은빛 짜장면이 기억의 저편을 불끈 당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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