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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희한한 별명
최영찬 소설가

내가 이렇게 둘러대자 상인들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원래 전설이라는 것이 비슷한 것이 많지 않습니까. 재담이라는 것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들으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꼭 따지는 사람이 있어요. 어쨌든 저의 순발력으로 재담을 끝내고 두둑하게 재담비도 받았습니다.

술 한 잔 걸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한숨이 나옵니다. 운 좋게 양성지 대감의 도움을 받고 살고 있지만 내가 살던 선조 때가 생각납니다. 내가 타임슬립 하지 않고 그냥 있었으면 다음 해 음력 4월 일본의 침략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어찌 되었을까요? 조헌 선생은 청주성 전투의 승리를 끝내고 금산에서 칠백 명의 의병으로 만 오천 명의 왜군을 만나 순절하겠지요. 그건 역사책에 남았기에 나도 그분의 운명을 알 수 있었지만, 주인집 식구는 어찌 되었을까요. 뺑덕이와 어멈은 어찌 되었을까요. 백마도의 가문돌은 목숨을 부지했을까요. 한 명 한 명 머릿속에 그려보니 생사여부가 걱정됩니다. 인간이 한번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지만 총칼에 처참하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보름달이 일그러져 반달에 가깝습니다. 그 뒤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군요. 바람이 휭하니 불어 잠시 고개를 숙였는데 머리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도미찜~’이라는 소리가 들려 올려다 보니 김우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름달도 아닌데 그녀가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도미찜을 찾을까요. 이 밤에 도미찜이 땡겼나요? 옆에 웬 젊은 아가씨가 있군요. 그런데 에구야, 잠옷 바람으로 이불을 걷어 차는군요. 남새스러워라. 그 순간 재빨리 김우희가 이불을 덮었길래 다행입니다.

그녀는 머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못 보셨지요? 풍문 아저씨.”
이럴 때 제가 뭐라고 해야 하나요. 분명히 하얀 팬티를 보았지만 봤다고 말할 수는 없지요.
“무얼 봐요? 뭐 있었나요? 거기 누구 있어요?” 내가 능청을 떨었더니
우희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제 이종이 내 침대에 잠깐 누웠다가 잠이 든 모양이에요.”
“아, 그래요? 아까 도미찜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뭔 소리지요?”
제 물음에 우희가 방긋 웃고 나서 대답 합니다.
“어머, 들으셨구나. 여기 누운 이종 동생 이름이 도미진이거든요. 그래서 별명이 도미찜이에요. 제가 붙여준 이름인데…… 그럴듯하지 않아요?”

도미진, 도미찜 발음이 비슷합니다. 우희는 도미찜이라고 별명을 붙인 것이 스스로도 재미있었나 봅니다. 한참 동안 이름을 붙인 경위를 말하는데 이모부가 김포 병원의 원장이고 도미진은 외동딸입니다. 아빠의 직업을 잇겠다고 의대를 나와 수련의로 일하면서 잠시 집으로 돌아온 모양입니다.

김우희가 말을 하다가 문득 멈추더니 호호 웃었습니다.
“풍문 아저씨, 제가 또 작명한 것이 있거든요. 그거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있어요.”
“곤욕을 치르다니요? 누가요?”
“오빠, 그러니까 미진이 오빠인데요. 미국에서 의사하거든요. 이름이 뭔지 알아요?
존 도예요.성이 도씨고 이름이 존이지요.
저더러 이름을 지어 달리기에 온종일 생각하다가 오빠의 세례명인 요한을 붙이기로 했지요. 근데 요한이 영어로는 존이 거든요. 그래서 존 도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것 때문에 공항에서 비행기 탈 때마다 조사를 받아요.”

나는 이름이 부르기 쉬워 좋다고 말하려는데 우희가 틈을 안 줍니다. 미국에서 존도(John Doe)라는 이름은 신원미상의 사람에게 붙이는 것입니다. 동사무소, 아니 주민센터라고 부르는 곳에서 견본 이름으로 홍길동이라고 쓰여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합니다. 이름이 ‘신원불명’. 그래서공항에서 신원확인이 안 되니 경비소를 끌려가는 것이지요.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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