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형 
안동대학교 명예교수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는 불을 붙여, 198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진척되었고, 대등하던 남북한의 경제 추는 8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남쪽으로 기울어졌다. 동시에 한국의 기독교(개신교)는 비약적 팽창을 거듭했는데, 성장에 불을 붙인 것은 대규모 옥외집회였고, 그 효시가 빌리 그래함 목사를 초청한 대중부흥회였다. 그래함은 한국의 부흥집회 참석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기독교 복음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을 예측하면서,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그와 관련된 여러 우스갯소리가 생겨났다. 그 중 하나는 이러하다.

그래함 목사가 김포공항(인천공항은 없었음)에 내리면서 집게손가락으로 I자를 그리며 하늘을 가리켰다. 그러자 청중 가운데 한 애꾸눈의 남자가 두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이것을 본 그래함 목사는 세개의 손가락으로 W자를 그렸다. 그것을 본 그 남자는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동시에 만면에 웃음을 띠고는 각자 유유히 사라져갔다. 이를 놓칠세라 한 기자가 그 남자를 따라갔다‘.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해 주시오’ 중년남자는 말했다.“ 그 양반(그래함)이 나를 보고 한 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너는 눈이 하나다!’ 라고 하기에 나는 두 손가락으로‘ 그래 너는 두 개다!’라고 했소. 그가‘ 합치면 세 개지롱!’하고 놀리기에, 나는 주먹을 냅다 지르면서, ‘그래, 너 잘났다. 엿 먹으라, 이놈아!’하고 나왔지요.” 기자는 이어서 그래함 목사를 좇아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다“. 한국사람은 참 신앙심이 강합니다. 제가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하나님은 한분이십니다!’라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더니 한 장님이 바로 ‘두 분(성부와 성자)이 더 계시지요!’라면서 두 손가락을 뻗습디다. 그래서 제가 맞장구를 쳤어요‘. 맞습니다, 삼위의 하나님이시죠!’ 라고 세 손가락을 뽑았지요. 그 분이 마지막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합하면 삼위일체 하나님 한 분이 십니다!’라고 주먹을 쥐기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하하.” 같은 수화를 했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누구의 수화 해석이 맞았을까? 현대 구조주의 언어학의 창시자인 소쉬르(Saussure)에 따르면 모든 언어는 기호로서 기표와 기의를 갖는다. 기표는 말이나 그림으로 드러난 표현이고, 기의는 그것이 나르는 뜻이다. <춘향전>이라는 종이 묶음인 책은 기표이고, 그 종이묶음이 나르는‘ 사랑이야기’는 기의가 된다. 그런데 기표와 기의 사이는 한 가지 필연관계가 아니라, 어쩌다가 얽힌 우연관계라고 한다. 그래서 김포공항에서 수화를 나눈 대화 당사자들조차도 내용을 저토록 다르게 이해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어떤 청탁을 할 때“ 다음에 봅시다!”라는 대답을 들었다면, 전라도에서는 안 해주겠다는 의미이고, 경상도에서는 해주겠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다양하게 이해되는 기호를 대할 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성경(마태복음 15장)에 딸이 귀신들린 가나안 여인 하나가 예수께 고쳐주시기를 청하자, 예수는 “자녀(유대인)의 떡을 취하여 개들(가나안인)에게 던짐이 마땅치 않다!”고 거절한다. 딸의 치유가 다급한 나머지 그 여자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고 덥석 긍정적으로 수용했다. 예수는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고 칭찬하며 고쳐주었다. 이처럼 기의를 긍정적으로 이해할 때 예기치 않은 생산적 기적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야단법석이다. 이 사태에 얽매여 우리의 일상사를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살펴 볼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최초의 현대차 자체모델인 코로나로 한번 비약시켜 보자. 소형 자동차 코로나를 과소평가한 외국의 평가를 뒤로하고 묵묵히 기술개발에 전념, 자동차 선진화를 이룬 현대자동차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듯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한국의 의료 환경과 전염병을 퇴치하는 하나의 비약적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코로나 사태를 국내에서 정쟁으로 삼는 대신, 한국의 의료기술을 끌어올리고 세계의 역학계에 또 다른 하나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멋진 계기를 만들어 보자. 그렇게만 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를 분열시키는 재앙이 아니라, 우리를 단결시켜 우리나라와 세계의 의료체계에 비약적 발전을 선사하는 멋진 기호가 될 테니까. 새로운 매뉴얼은 우리의 긍정적 태도를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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