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와 저어새
유도와 멀리보이는 북한

생태적으로 우수한 한강하구는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재두루미, 저어새, 개리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및 월동지, 이동경유지로 알려져 있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에 시암습지에 있다 보면 자연환경이 주는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다시 한 번 한강하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김포시 월곶면 유도와 시암습지 등 주변 농경지와 갯벌을 포함한 습지가 철새에게 중요한 지역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유도와 시암습지를 포함한 한강하구는 국제 철새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상에서 거점서식지로 등록되어 있으며, 국제조류보호협회가 지정하는 주요 조류 생물다양성 지역(Important Bird and Biodiversity Area)으로도 지정되어 있어 주요 겨울 철새의 월동지뿐만 아니라 중간기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철새이동경로 상 전체 개체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종에는 관심을 가지고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유도에서 번식하는 저어새가 대표적이다. 저어새는 서해에 서식하는 종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종이다. 중국과 한반도 해안지역에서 저어새 번식지 관련 조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저어새의 대규모 서식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DMZ와 접경지역,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무인도가 많은 북한의 해안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저어새 관련 연구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으나, 1997년과 1998년 연구가 진행되었을 때 서해에 위치한 7개의 섬에서 저어새의 둥지가 발견되었으며, 평안남도 온천군 금성리에서 25km 떨어진 덕도가 가장 중요한 서식지로 조사되었다. 김포시와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는 한강하구 평화생태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유도와 시암습지를 주변 생태(조류)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 3월과 4월 저어새 무리를 유도 주변 논습지에서 관찰하였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문서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한강하구를 남북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하고, 공동수로 조사 이후 지난해 해도(海圖)작성을 마친 상황이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올해 북한에서는 서해안지역에서 새로운 습지보호지점들을 확정하기 위한 조사를 추진 예정으로 평안남북도 지역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에 대한 조사도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북한 정부는 습지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람사르협약에 가입하는 등 습지의 현명한 이용과 보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남북한의 직접 교류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류 서식지로써의 한강하구 습지의 중요성과 모니터링에 대해 논의를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올해 10월 중국 쿤밍에서 열릴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CBD COP 15)에서 남북 및 생물다양성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가 더 진전된다면 유도를 포함한 한강하구에서 남북 전문가와 국외 전문가가 함께하는 생태 조사가 진행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한 기초자료로써 김포시와 한스자이델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강하구 접경지역 생태(조류) 조사 결과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현아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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