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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영감의 김포 이야기>용감한 장수, 하경복
최영찬 소설가

재담을 마치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객주들의 반응이 처음과는 달랐습니다. 막걸리 대신 잘 빚은 약주와 고기 안주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나는 얼른 먹어 치우고는 다음 재담으로 들어갔습니다. 용감한 사내 하경복 장군 이야기입니다.

“하경복 장군은 용감한 무관이었습니다. 그분은 세 번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겨 높은 벼슬에 이르렀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태종 임금님 때는 변란이 많았습니다. 지금과 태평성세지요.” 나는 여러 독자 분들도 아시다시피 임진왜란 일어나기 일 년 전에 나이 오십까지 살다가 타임 슬립해서 세조 대왕 때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꿈을 통해 서기 2020년까지의 모든 역사를 꿰고 있습니다. 그런 비밀을 여기서 털어놓을 수는 없지요.

“하성복이 젊었을 때 변란이 일어나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친구가 대궐을 지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위가 걱정되어 찾아갔습니다. 대궐 앞은 병사들이 지키고 있어 몰래 들어갔지만 길을 알 수 없어 우왕좌왕하다가 임금 근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호위병들이 자객으로 오해하고 죽이려 했지만, 힘이 장사인 하경복은 모두 때려눕히고 태종 임금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습니다. 친구 찾아왔다가 길을 헤맸다고 말하고 용서를 받았습니다.” 하경복이 용맹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일로 해서 임금의 신임을 받는 측근 무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두 번째 만난 위기는 깊은 산골에 들어가 사냥을 할 때였습니다. 사슴을 뒤쫓아 가다가 호랑이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도망을 칠 수도 없는 형편이라 호랑이의 턱 아래의 늘어진 살을 움켜쥐고 땅으로 내리눌렀습니다. 동료들은 모두 도망치고 혼자서 맨주먹으로 싸우는 것인데 물웅덩이를 보고 호랑이와 드잡이를 하면서 물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배가 터지도록 물을 먹여 힘을 쓰지 못하게 한 다음에 막대기와 돌멩이로 때려죽였습니다. 

그 역시 용기가 없으면 못했을 것입니다. 상인들이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여준 용맹함이 무엇일까 궁금해서 다음 말을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다음 것이 생각이 잘 안 나는 겁니다. 머릿속에 나무들이 빽빽한 가운데 활을 쏘는 것만 생각이 났습니다. 왜 유명한 가수들도 많은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사가 헷갈릴 데도 있잖아요. 저 역시 나이가 많아지니 정신이 오락가락 합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1초 사이에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으흠, 다음은 세 번째 위기입니다. 동해 강릉에 있었는데 왜구가 쳐들어왔습니다. 여러 고을을 불사르고 노략질하니 백성들이 도망쳤습니다. 그러자 장군은 부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하경복은 부하들에게 나무가 우거진 곳의 나뭇가지에 화살을 꽂아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왜구가 머무는 곳에 가서 일부러 도발하자 왜구들이 떼를 지어 쫓아 왔습니다. 하경복은 왜구들이 단념하고 되돌아가려고 하면 약을 올려 뒤따라오게 하면서 마침내 숲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때부터 하경복은 활을 들고 화살을 쏘아 하나씩 고꾸라뜨렸습니다. 왜구가 쏘는 화살은 나무들 뒤로 슬쩍 피하고는 나뭇가지에 박힌 화살을 뽑아 왜구들에게 쏘았습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를 화살에 왜구는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하경복 장군은 세 번이나 위기를 넘긴 용감한 장수가 되었던 것입니다.” 나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피날레를 장식할 줄 알았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거나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인들 틈에서 객주 한 명이 소리칩니다. “이보시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소. 혹시 이춘부의 아들 이옥 이야기 아니오?”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하경복의 마지막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아 이옥 장군의 이야기를 슬쩍 끼워 놓았는데 그만 탄로가 난 것입니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할까요. 방법이 있지요.
“세상에 비슷한 일이 하나 둘인가요. 하경복도 이옥 흉내를 냈나 봅니다. 하하하”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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