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소설가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속마음을 숨긴 황희의 빈틈없는 용인술에 상인들도 놀랐는지 내 재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는 태종의 사위 조대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조준의 아들 조대림은 나이 어리고 평범한 남자였는데 태종께서 도총제로 삼았습니다. 이복형제를 죽이고 친형이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믿을 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하 목인해라는자가 조대림의 어리석음을 알고 역적으로 몰아 공신이 되려는 흉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목인해는 애꾸눈으로 활을 잘 쏘았는데 변란에서 공을 세워 무관이 되었던 것입니다. 먼저 조대림에게 도적을 토벌하자고 꼬이고는 태종의 최측근인 이숙번을 찾아가 조대림에게서 반역의 기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숙번은 이 사실을 즉시 태종에게 고했지요. “여차저차해서 일이 커졌는데 태종은 이것이 사위를 모함하려는 것으로ㅡ 알고 대궐에서 주라를 불게 했습니다.

주라는 군대를 모으는 나발인데 이 소리를 들은 조대림은 즉시 대궐로 향했습니다. 목인해가 이숙번이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유인하려 했지만 조대림은 임금이자 장인이 부르는데 그곳 먼저 가야 한다고 달려간 것이지요. 그러자 태종은 조대림을 즉시 붙잡아 옥에 가두었습니다. 계획이 어긋나자 목인해는 대궐로 와서 조대림이 반역을 꾀하고 있다고 고변하자 그도 하옥해 조사하니 곤장을 열 대 맞고는 자신의 모함임을 자백했습니다. ”임금이 목인해와 일가족을 처형하자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 맹사성과 지평 박안신이 조대림을 끌고 와 연루 여부를 캐면서 곤장을 쳤습니다.

이에 태종이 크게 노해서 두 명을 붙잡아 사형시키라고 했습니다. 이에 맹사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으나 박안신은 태연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관인 맹사성의 이름을 부르면서 말했습니다. “아까까지는 네가 내 상관이었지만 이제 다 같이 죽을 죄인이니 무슨 위아래가 있겠느냐? 나는 네가 지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이렇게 벌벌 떨기만 하는 거냐? 이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하고는 나졸에게 기왓장 깨진 조각을 집어 오라고 하니 곧 사형당한 죄인의 말을 듣겠습니까? 그러자 박안신이 눈을 부릅뜨고 호령했습니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내가 죽어 귀신이 되어 네놈을 먼저 잡아가겠다!” 소리치니 나졸이 두려움에 떨며 깨진 기왓장 조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박안신은 붓을 가져오라고 해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내가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쳤으니 죽어 마땅 하지만, 임금이 바른말 하는 신하를 죽인다는 뒷말이 애달프다.” 라고 쓰고는 나졸에게 빨리 임금에게 바치라고 했습니다. 나졸이 할 수 없이 기왓장 조각을 승정원을 통해 임금에게 바쳤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좌의정 성석린이 병환 중임에도 대궐에 들어가 용서해 줄 것을 빌었습니다. 이에 황희, 하륜, 권근 등 중신들이 함께 말려서 태종은 이들을 귀양 보내는 것으로 끝냈습니다. 박안신은 그 배짱으로 살았고 맹사성은 본래 청렴하고 온유한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좋았기에 목숨을 구했던 것입니다.

“배짱 좋은 박안신은 세종 임금 때 회례사로 일본에 다녀오는 길에 해적을 만났는데 그때도 두려워하지 않고 물리쳐서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맹사성은 맹고불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박하고 깨끗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조대림 사건으로 아들이 붙잡혀 가서 고문을 당해 죽고 맙니다. 그분이 젊었을 때 도교의 신을 모신 소격전에서 재계를 행하다가 깜빡 졸다가 꿈을 꿉니다.”
하인이 칠성(七星)이 들어온다고 외치자 맹사성이 뜰 아래로 내려가 맞는데 여섯 사람은 이미 들어왔고 일곱 번째 들어온 사람이 성석린이었습니다. “그때 맹사성이 죄를 입었을 때 구해 줄 사람이 성석린 대감이라는 것을 예지한 것이지요. 그래서 평생 성석린을 부모처럼 섬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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