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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호수공원에서 느끼고픈 선진의식
신상형
안동대학교 명예교수

얼마 전 한국에 유학 온 중국학생이 말했다.“ 한국은 살기가 너무 편해요. 깨끗하기도 하지만 서로 믿고 질서를 잘 지켜요. 지저분하고 무질서한 중국으로 돌아가려니 무시무시해요. 어쨌든 취업해서 한국에서 살래요.”

기차를 타면서 느낀 충격은 엄청났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기차 시스템은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다. 승무원은 감시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차 안에서 승객은 조용히 각자의 볼일을 본다. 나들이 기차역에도 검표요원은 따로 없다. 승객이 표를 사서 기차를 탄다는 사실을 서로가 믿기 때문이다. 이 믿음은 승차의 기본조건이다. 기본이 지켜지면 예외도 쉽게 수용된다. 바빠서 차표를 사지 못했거나 잘못 승차한 경우, 승무원에게 사정을 말하면 승객의 편의에 친절히 응대한다. 금상첨화로 외국에 비해 가격도 싸다. 그래서 한국에서 기차여행은 가히 환상적이다.

11년 전 세계학술회의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한 중국인 친구 교수는 최고급 중국산 보이차를 주면서“, 신교수, 이것은 한국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최고급 보이차요. 그러나 (중국의) 식품처리과정을 믿지 못해요.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시오.” 그의 솔직한 권고 때문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겠다’는 보이차 마니아인 이웃 형님에게 인심을 썼다. 그 이후로 중국산 음식이나 물건은 욕심내지 않는다. 사실 4, 50년 전에 한국의 사정도 중국과 같았다. 그때의 국산품은 열
등의 상징이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과 더불어 식품의 청렴도는 세계최고의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의 중국과 과거의 한국에 대해, 지금의 한국과 과거부터의 일본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바로 기본을 지켰는지 여부이다.

일반교통도덕에서도 기본은 중요하다. 아직도 우직하게 기본을 지키는 행인을 바보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건널목을 건널 때 원칙을 가장 잘 지키는 사람은 유치원 아이들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아이들을 손을 들고 건널목 표시 안에서 정확히 걸어가기를 가르치고, 아이들은 그것을 철저히 지킨다. 그러나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가면 손을 내리고, 중학생이 되면 뛰어가고,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건널목 선들을 무시하고, 청년들이 되면 건널목은 끝자락 반환점으로 바뀌면서 차선을 지그재그로 넘나든다. 어른들에게는 신호등만 보인다. 그들에게 철저한 횡단보도의 규칙이행은 융통성 없는 바보의 행동일 뿐이다. 반면에,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어른들도 횡단규칙을 행동이 답답할 정도로 진지하게 지킨다.

우리 동네에는 호수공원이 있다. 산책이 나의 일과가 되었다. 깔끔하게 단장된 산책로를 걷는 것은 신도시 생활인의 특권이다. 호수 옆으로 흐르는 개울 양측에는 산책로를 시원하게 펼쳐놓았는데, 가족들이 걸으면서 풀과 꽃 그리고 나무와 물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 동선이다. 이런 산책로에 안전을 고려하여 당국에서는 자전거를 금지하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전거와 스쿠터를 타고 심지어는 모형자동차까지 몰고 다니며 위협을 가하는 얌체족들이 있다.‘ 여기는 자전거 이용금지구역이다’고 깨우쳐 주고,“ 다칠 수 있으니 그러지 마시라”, “사고 나면 책임을 져야 한다” 고 협박도 하고,“ 당신의 노부모와 자녀들이 다닌다고 생각해 보라”고 애원도 했으나, 휙휙 지나면서 욕을 하고, 자전거 못 탈 이유가 뭐냐고 도리어 항의를 해댔다. 심지어 바퀴가 굵은 산악용자전거까지 타고 속도를 즐기는 못난이들까지 있다. 이들에게 기본을 지키는 것은 어리석음일 뿐이다.

물론 김포시 당국이 신도시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한계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과는 별도로, 우리 모두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행복을 위해 보이는 표지판이라도 잘 지키는 기본적 양식을 시민 각자는 가져야 한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취하는 우리의 태도가 우리를 선진시민이 되게도 하고, 후진시민이 되게도 한다. 표지판 지키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후진시민이고, 그것을 꼭 지켜야 할 의무로 느끼는 사람은 선진시민이다. 이런 의무가 생활화되어 당연한 상식이 되는 사회를 우리는 선진사회라고 부른다. 이런 상식을 서로 공유하여 자부심을 느끼는 국가가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이다. 이것은 여러 곳을 다니며 도로에서 판별할 수 있었던 나의 사회 성숙도 기준이다. 내일 아침부터 기차를타면서 느끼는 기분을 집 앞의 호수공원 산책로에서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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