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년째 휴가가 진행 중이다.

일이 많아서 하루이틀 일정이 없는 날을 “100년만의 휴가” 라고 늘 표현했다. 그런데 간절히 바라고 바랬던 “100년만의 휴가” 그런 휴가가 2700년째 진행 중이다.

김포에 16년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였던 일은 없었던 듯 하다. 온 가족이 할 일 없이 출동해서, 또는 겨우 5장 받으려고 혼자 나왔냐는 핀잔을 들으면서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에 서 있었다. 더불어 사람들은 기다림이 지루하거나, 긴 줄에 관한 불평, 날씨가 추운데 이 고생을 시키냐는 둥의 궁시렁도 거의 없었다. 그저 마스크를 자신의 돈을 내고 사는데 안정권 안에 들어 왔다는 흥겨움도 보였다.

그 날 4,000장의 마스크가 들어오고 800명에게 마스크를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농협 담당자는 말했고 며칠째 사람들은 늘 그렇게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갔다고 했다. 미리 표를 나누어 주면 추운 길에서 떨지 않을 것이라는 푸념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봐도 요령 없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뒷말이 제일 없더라고.... 우린 식구 4명 중에서 3명이 나가서 줄을 섰다. 가족들이 모두 현장 일을 하기에 벌건 대 낮에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 있을 수도 없었고 우린 자영업으로 그 누구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변 이야기를 듣자니 회사에서 공동구매로 60개를 3만원에 샀는데 한 달 뒤 그것이 9만이 되었단다. 회사에서 주문을 받아 공동 구매를 해준다는 부러운 이웃도 있지만 당장 쓸 마스크가 없어서 3명이 시간을 비우고 줄을 섰다. 오후 2시에 나누어 준다고 했으나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갔다가 5장씩 배부되는 80명분이 40m 앞에서 마감되었고 우체국 직원은 목이 터져라 80번 이후는 다음날 오라고 소리쳐도 사람들은 대책이 없으므로 흩어지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고 집에 이방 저방 굴러다니던 마스크도 없고 가족이 출동을 해야 한다는 세대주는 긴급 호출을 받았다.

이렇게 우여곡절로 우리 가족은 오전 10시 30분 장곡 농협 앞에 긴 줄을 대열에 합류했다. 이미 앞에는 20M의 줄이 있었고 뒤로는 아마도 150M 이상 긴 줄이 보였다.

“하지만 그 분들은 이미 계획이 있었다”

 

날도 춥고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이말 저말 귀동냥을 하면서 여기서 얼른 받고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서 또 받는다는 할머니들의 말씀에 외출을 자제하면 되실 분들인데 저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이미 계획이 있었다. 직장에 나간 아들 .딸, 손주까지 챙긴다는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마음 속에서는 그 분들과 함께 할 일 없이 서 있다는 것에 짜증이 났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쭈욱 앞을 보니 주민자치 회장님도 사모님과 같이 서 계시고 동네 이장님도 사모님과 같이 서 계시는데 존경심이 들었다. 주민자치위원장이거나 이장님이라면 다양한 경로로 마스크 5장 정도는 챙길 능력이 있을 듯한데 긴 줄에 선 것을 보니 우리 동네 행정이 공정한 듯 했다. 오후 1시 30분 번호 표를 받았다.

98- 99- 102번 3장의 번호표를 확보했고 두 번의 확인을 거치고 결제 후 15장의 마스크를 확보 할 수 있다. 감사한 마을에 크지 않은 마트 안을 휘 ~~ 둘러보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농부들이 자신이 생산한 물건위에 붙은

가격표와 이름이 더 신선했다.

 

3200년째 휴가인 오늘은 마스크 5부제란다.

동네 약국 3곳이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아침 9시에 판다기에 8시30분 즈음 꾸물럭꾸물럭 집을 나섰다. 동네 약국은 9시 문을 연후 5분 만에 마감이 되었고 발길을 돌려 우체국으로 왔더니 달랑 1장을 받기 위하여 긴 줄이 서 있다. 오늘은 85명이 받을 수 있고 당분간 매일 1장씩 누구에게나 배부한단다. 또 우리 동네는 오늘 오후 5시와 7시에 나머지 약국에서 배부한다니 그 시간을 기다리고 못하면 토요일 일요일 당번약국에서 받을 수 있고 그 주간에 못 받는다고 개수 누적은 되지 않으니 꼭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든 지정된 날짜에 약국에서 2장은 받을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러 자신의 몫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당장 가족 4명이 2일씩 사용해도 일주일에 8장이 필요하니 마스크에 자꾸 귀가 간다. 소독을 해서 쓰고 빨아서도 쓴다는데 시간이 안 되어 못 받는다면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 면서 코로나19 어서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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