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중학교 최재웅 선생님

이 글을 쓰며 제가 학부모를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들 둘을 키우며 또는 지역 일을 하며 아이들과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선생님들을 꽤 뵈었는데 그 선생님들께서 지금은 퇴직하셨거나 다른 지역으로 가셨고, 제 무심함 때문인지 어느 지역의 학교로 가셨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얼굴이 머리 속을 지나갔습니다. 신경성위염이라 걸핏하면 배가 아프고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싶어했던 큰 아이의 고3 생활을 때로는 대학에 대한 이야기로, 때로는 등을 두들기고 손을 눌러주는 지압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셨던 김포고 담임선생님, 살짝 소심한 성격이었던 작은 아이를 반장을 시키며 숨어있던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드러나게 해 주셨던 풍무중 담임선생님 … 많은 선생님들이 제 기억 속에 떠올랐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그 중에 선생님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면서요…

한 사람의 선한 행동은 그 주변으로 이어지지요. 선생님께서 제 아이들에게 베풀어주신 감사함을 갚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도 선생님이 된 것입니다. 콩나물뮤지컬제작꿈의학교 교감으
로 아이들과 만나게 되고, 아이들과 생활해가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랑이 무엇인지, 제 큰 아이가 느꼈던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큰 걸 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 응원 받고 지지받고 있다는 든든함.. 당연히 누구나 받아야 하는 사랑임에도 아이들은 늘목말라 있었습니다. 주변의 기대, 만들어 가야 하는 미래, 무언지 모를 꿈…‘그냥 너라서 충분해, 그저 너이기에 사랑해’라고 느끼게 해 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얼마나 당당해지고 자신을 신뢰하게 되는지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콩나물뮤지컬제작꿈의학교(이하 콩나물학교) 아이들에게 그사랑과 지지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주신 선생님이 계십니다. 통진중학교 최재웅 선생님이십니다. 첫 콩나물학교의 졸업식~ 교장선생님도 저도 다른 서포터즈 선생님들도 서툴렀던 첫해였고 첫 졸업식이었습니다. 계속 콩나물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해 주시던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깜짝 놀랄 선물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새긴 목각 볼펜. 30여명의 아이들에게 한 명도 빠짐없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볼펜과 그에 담겨진 응원과 지지를 함께 선물받았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개인별로 나눠준 공연 프로그램북을 모두 꺼내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름을적고 싸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말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게지요. 고작 이름 하나지만.. 서로가 그이름을 나눔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음을 … 선생님께서 새겨주신 볼펜 속의 자기 이름이 역시 그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을 … 이 후, 프로그램북에 서로의 이름과 싸인을 하는 것은 콩나물학교의 전통처럼 다음 기수에도 이어졌지요. 작은 선물이라 쑥스럽다고 볼펜만 놓고 가셨지만 최재웅선생님의 선물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응원과 지지를 통해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도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통진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최재웅 선생님께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함께 보냅니다.

노계향 대통령소속 자치분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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