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서봉교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지
아부지께서는
저 눔이 한자씩 재서 키를 다 타 넘고 나면
그 사람이 죽는다고
그래서 몸에 붙으면 기절초풍을 했지
한 자 한 자 걷는 것을 보면
잠시 부러울 때도 있지
나처럼 추돌사고로 허리며 목디스크는
모를 것 같아서
그래도 기를 쓰고 죽을힘을 다해 걷는 것을 보면
오라는 곳이 있는 모양인데
혹 어제 뒷집에 꿔준 이슬을 받으러 가는 건 아닐까
나도 잠시 잊기 위해
허리 한 번 굽혔다가
곧게 쩍 펴 본다

[프로필]
서봉교 : 조선문학 등단, 13회 원주문학상, 시집(계모 같은 마누라)(침을 허락하다)

시 감상
전국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 중이다. 확진자만 백 명을 훌쩍 넘었다. 시장이나 거리에 사람이 없다.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심하다. 어려운 시기에 자벌레의 몸짓을 보자. 그 몸으로 한 발 한 발 어딘가로 가고 있다.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금은 잠시 어려워도, 모두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자. 다 같이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다듬어보자. 허리 한 번 굽혔다가 곧게 쭉 펴 보자. 코로나는 분명히 종식된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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