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혜 한국놀이교육협회장

우리나라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교육이다. 최근에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어린이집 입학이 대학입시만큼이나 힘들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때,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서 3~5세 공통교육과정인 2020누리과정을 발표했다. 발표된 개정안을 보면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확립하여 유아가 충분한 놀이경험을 통해 몰입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자율,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초중등 교육과정 역시 핵심역량인 창의성, 감성, 사회성 등을 반영한 인간상인 <건강한 사람,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감성이 풍부한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의 목표에 맞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나 엄마, 아빠와 함께 놀면서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또한, 놀이는 과학적이라서 생각하고, 상상력을 키우고,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게 되며, 아이들에게 정체성 형성과 자기를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게 놀이는 생활이며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공부는 강조하면서 놀이의 중요성을 간과할 때가 많다.

놀이교육의 핵심 포인트는 “아이의 자율성”이다. 재미와 흥미라는 내적동기를 유발해 아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여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영·유아기의 놀이경험은 초등학교 이후 학업성취와 성인 이후 사회적 적응과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부모들이 먼저 인지하여,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하고 활동을 할 때 시행착오를 기다려주며, 아이들이 마음껏 실패 경험을 하도록 지켜봐줘야 한다.

이러한 스스로 하는 경험들을 통해 아이의 문제해결능력도 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부모와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요즘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학생들도 개학이 미루어져 많은 아이들이 집안에 갇혀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때, 컴퓨터와 핸드폰에 아이들을 맡겨두지 말고 책으로 놀이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책을 읽을 때도 책 속 주인공이 되어 흉내를 내어 읽어보고, 책 표지를 보며 주인공의 표정이 어떤지 이야기도 나눠보고,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나라면 어떻게 할지 이야기 해보게 하는 것은 어떨지..

책으로 노는 이야기를 하자니 큰 아이가 어렸을 때 집에서 하루 종일 학교놀이를 하며 엄마와 책을 가지고 놀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놀았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이 교육의 효과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여실히 드러났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배가 아팠던 아이는 화장실에 갔다가 화장실 안에 갇히고 말았다. 배는 아프고, 문은 열리지 않고, 화장지는 없고.. 보통 아이들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났을법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이는 지속적으로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 시간동안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결국 선생님들께 발견이 되었고, 문이 열리자 아이는 울지도 않고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너무나 차분히 이야기하더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이는 갇혀 있는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을지 계속 생각 했다고 한다. 문고리를 열 방법부터 문을 넘을 방법까지.. 위기에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난 것이 놀이교육의 큰 수확이 아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유아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유아교육의 많은 부분을 놀이교육에 집중한다. 유럽의 다른 선진국들 또한 아이들의 놀이교육을 위한 놀이산업이 매우 잘 발달되어 있다. 이처럼 놀이교육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 까지도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 속에 많은 부분을 자리 잡고 있으며, 인간의 역할을 대신해 나가고 있는 이때, 미래 우리의 사회는 더욱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 미래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변해야 하며 이와 함께 근본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본인의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적인 놀이교육이 필요하다.

‘잘 노는 아이가 성공한다!’

어릴 적, 공을 가지고 잘 놀았던 손흥민 선수도, 스케이트를 타며 열심히 놀던 김연아 선수도, 가수가 되고 싶어 어린 시절 공부보다도 창작을 하며 놀았던 싸이도, 시인이 되고 싶어 시를 쓰며 놀았던 BTS 앨범 참여율이 가장 높은 남준도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놀았기에 지금의 그 자리에 있는 건 아닐까? 잘 놀고, 생각하며,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한다면 성공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다. 성공의 길은 공부 하나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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