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날

떠났던 소녀를 만나러 갔다

소녀가 좋아하던 꽃들을 심어 놓은 꽃밭에는

해 전에 피었던 마른 잎들이

겨울의 끝자락과 함께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소녀상 주변을 쓸고 닦으며

떨어진 낙엽을 모으며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유독 우리에게 이번 겨울은 길다

동토의 바닥을 빗자루로 걸레로

달래고 쓰다듬고 한참 동안 했을 때

바삭바삭 거리는 하얀 잎들 사이로 손을 보았다

고개 숙인 채 멈춰 버린 시간

그 아래에서 다시 생명을 잇는

뽀오얏게 땅을 딛고 올라오는

겨울을 밀어내고 봄을 당기는

소녀의 푸른 눈빛같은

국화의 새순을 보았다

아 다시 태어나는구나

소녀가 살아오는구나

겨울이 길다고 생각할 때 바닥에서부터

저 여기 있어요

꿈틀꿈틀 거리며 두 팔을 뻗으며

이미 봄은 와 있었구나

 

-오강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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