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연 청소년기자(운양고3)

지난 2019년 12월 27일 선거연령을 만18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청소년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정치적 기본권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에 2020년 올해 실시되는 4.15 총선부터 만18세가 된 2002년 생일이 지난 청소년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50만 명의 ‘새내기 유권자’를 맞는 정치권과 교육 현장의 움직임이 분주한 요즘입니다.

저는 출생년도가 2002년임에도 생일이 늦어 아쉽게도 이번 총선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청소년의 한 사람으로서 작년 말 통과된 ‘18세 선거권 보장’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청소년 정치참여의 역사와 ▲청소년 선거권 보장의 의의, ▲청소년 정치참여에 대한 우려와 역행하는 정책, ▲이후 과제, 더불어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로 나누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청소년 정치참여의 역사


청소년의 불의에 대한 항거와 정치 참여는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만 살펴보더라도 1919년 3·1운동과 1926년의 6·10만세운동,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이 그러했으며, 광복이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 선거에 항의하며 1960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4·19혁명 또한 청소년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순수함과 정의감으로 역사적 현장에서 정치참여를 주도했던 청소년들을 두려워 한 불법적 정부들은 청소년들을 입시의 굴레 속에 가두고 귀 막고, 눈 가리고 살기를 강요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미군 장갑차 살해사건 규탄집회, 2005년 내신등급제 반대와 두발규제 반대 시위로 이어졌으며, 근래에도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2014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2016년 ‘박근혜 퇴진’, 최근 ‘아베규탄 청소년 선언’까지 지속되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러한 청소년의 정치참여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만18세 선거권 확대를 반대했던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와 현재 법이 개정된 후에 더 가중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 중 하나는 ‘청소년의 정치적 미성숙함’입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일제의 탄압과 독재의 억압, 입시의 압박 속에서도 역사의 현장 그 중심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낸 정치적 성숙도가 충분한 존재이며 준비된 민주시민이기에, 청소년의 미성숙함을 우려의 목소리로 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선거권 보장의 의의


2019년 통과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앞서 청소년들의 주도적 참여로 2004년부터 시작된 선거연령 하향운동은 2005년 8월 4일 선거연령을 만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60만 명의 새로운 청년 유권자를 만들어 낸 바 있습니다. 선거연령이 1살 낮춰지자 각 정당에서는 청년대변인 제도를 앞 다투어 신설하였고, 국회의원 비례대표 중 청년의 몫을 두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듯 법의 개정 및 재정은 많은 정책적 변화를 불러옵니다.

이번에 개정된 ‘공직선거법 개정’ 또한 우리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많은 정책적 변화들이 수반될 것입니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입법 과정에서 소외됐던 청소년들이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정치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들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공허한 청소년 정책들이 난무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정치권은 청소년 유권자를 의식하고 그들의 권익을 고려하여 입법안을 마련하는 데에 실직적인 힘을 쏟을 것입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청소년 인권실현에 크게 이바지할 구체적인 정책들이 마련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 정치참여에 대한 우려와 역행하는 정책


우리나라는 2019년에야 비로소 OECD 국가 중 가장 마지막으로 만18세 선거권이 보장되는 법이 어렵게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첫 걸음을 떼기도 전에 벌써부터 ‘교실의 정치화’ 등을 이유로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에게 선거권이 보장되면 선거철에 학교 곳곳에 선거운동이 이루어져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학부모와 교사들의 정치적 개입에 따라 학습권이 침해될 여지가 존재한다는 우려입니다. 나아가 실제로 학교에서의 선거운동을 일체 금지하는 법 개정을 주장하는 정당까지 출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 청소년들을 정치적 주체로서가 아닌 계몽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학습권에서의 학습을 입시만을 위한 학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기는 기성세대의 시대착오적 발상입니다.

헌법 제1조 ‘국민주권의 원리’에 의하면 ‘국민의 선거권’은 단지 투표일에 투표용지 한 장만큼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선거권이 제대로 행사되기 위해 후보자에 대한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을 비롯하여 ‘선거운동의 자유’까지도 보장된 것입니다. 또한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 과정에서 선거운동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18세 청소년 또는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선거운동의 자유 등이 차별적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실의 정치화’라는 우려로 ‘학내 선거운동 금지’를 위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의 국민주권의 원리, 선거권과 선거운동의 자유권 보장에 반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청소년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우리 청소년 스스로 정치권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20년 2월 6일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 모의선거 불가’ 방침을 밝혔습니다. 선관위의 이러한 방침은 지난 2016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모의투표 교육에 대해 ‘선거 종료 후 결과 발표’를 조건으로 허용하면서 현재까지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청소년 모의선거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영상이 게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홍보하고 추진해 온 모의선거 교육을 하루아침에 부정한 것이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려의 목소리와 ‘학내 선거운동 금지’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 선과위의 발표를 접하면서 작년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 된 후 오히려 학교 내에서의 민주시민교육이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부디 ‘공직선거법 개정’ 취지를 살려 청소년 스스로가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교육환경과 사회분위기의 조성으로 공교육의 궁극적 목적인 ‘민주시민 육성’에 부합된 학교교육의 실천과 이행이 수반되기를 희망합니다.

이후 과제


만18세 선거권이 보장되기까지 정말이지 길고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이를 정착시키고 다듬을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우선, 입시위주의 교육정책 하에서 다수의 청소년이 선거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학업시간이 끝나면 대부분 밤 10시~11시에 일정이 끝나는 학생이 대부분입니다. 개인시간을 갖기도 빠듯한데,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정보를 접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을 접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 확보가 불가하다면 투표권을 가져도 기권을 하거나 아무에게나 투표할 확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고등학생들의 생활 속에서 시간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여유를 생기게 해 주시 위해서는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현재 만 25세 이상으로 제한되어 있는 피선거권의 연령이 선거권과 일치됨으로서 단순히 투표권 행사에만 국한된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피선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선거권 행사는 그 의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현재 만19세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는 주민발의, 주민투표, 국민투표의 선거권 연령 또한 만18세로 하향하는 일, 정당가입에 있어서의 연령 제한을 폐지하는 일 등의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첫 선거를 맞이하는 청소년들의 자세

2020년 청소년이 선거권을 획득한 첫 해인만큼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진지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입법자들이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것은 그만큼 청소년 스스로가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신뢰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려의 소리를 잠재우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또한 남은 과제의 빠른 이행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청소년 스스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구체적인 정책을 살피는 세심한 관심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내 동생이, 내 자식이 청소년으로 살아야 할 세상이 청소년의 인권이 옹호된고 권익을 대변하는 더 나은 세상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4월 15일 수요일, 드디어 만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첫 선거가 열립니다. 이 날은 역사 속에서 청소년의 인권실현에 싹을 틔운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