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게임스마트폰중독예방시민연대 정책국장

성공적으로 첫아이를 키워낸 나로서도 둘째 아이 육아는 쉽지 않았다. 12살 터울이라 세상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딸과 아들의 성향 또한 많이 다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헬리콥터맘이 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나중에 내 자식이 후회할 상황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특목고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하고, 그 중에서도 내 아이에 맞는 학교가 어디일지보다 어디를 갈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헬리콥터맘이란 다 큰 자식의 주위를 맴돌면서 자식의 일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발 벗고 나서는 엄마를 지칭하는 말이란다. 한국에선 자녀의 학업 성취도가 학부모의 푸시(push) 정도와 무관할 수 없기에 방심할 수 없었고 기꺼이 헬리콥터맘이 되려고 했다.

특목고를 향해 열심히 준비하던 중, 둘째는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며 가고 싶은 학교를 이야기했다. 집에서 엄마의 케어를 더 받고 싶다는 아들의 선택을 고민과 생각 끝에 아이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리고 해피엔딩이 된다면 좋겠지만 아직도 나는 그때 나의 선택이 맞는 것이었는지, 옳은 것이었는지를 수십 번 되돌아본다. 엄마로서 무능하고 싶지도 않고 아이의 앞날에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아 애달프고 안달하던 어느 날. 여행을 갈 상황은 아니니 다른 나라를 소개한 책이라도 보자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 네덜란드 소개 에세이에서 그들의 육아관을 짤막하게 읽었다.

각자 고유한 라이프스타일과 인생철학이 있는 네덜란드인들은 자녀 교육에서 만큼은 공통된 신념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자녀들이 인생에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으면 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면 더 효율적인 학습법을 찾으려 할 것이고 스포츠 경기에 실패한 아이는 어떤 실수를 했는지 반성할 기회를 찾을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란다.

그래, 모든 실패는 다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라면. 그러니 지금 지난 선택이 실패였는지 성공이었는지를 되짚어 보기는 그만하자. 실패일 수도 있고 성공일 수도 있다. 지금의 성공이 인생의 성공으로 쭉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른 실패가 아이의 인생에 백신이 될 지도 모르지 않나. 아직 완전하지 않은 엄마지만 계속 타인이나 타국의 좋은 것을 배우고 받아들여 어제보다 나은 엄마가 되어야겠다. 아이의 선택이 잘 못되었어도 ‘그거 봐라, 엄마 말이 맞지 않았냐..’는 비난은 그만두자. 더 길게 이어질 아이의 인생에 시끄러운 헬리콥터맘보다는 그윽히 지켜보고 버텨주는 병풍맘이 되어보기로 다짐한다. 그러기 위해 나도 순간의 욱하는 성질과 불안한 후회의 실패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좌절할 것이다. 그래도 그 실패를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도록 늘 생각하는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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