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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혹부리 염감의 김포이야기> 황금 보기를 돌처럼, 최영장군
최영찬 소설가

다음 행선지는 강령포구였습니다. 강령포는 염하강을 따라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있는 포구로 주로 화물선이 많이 정박합니다. 문수산에서 벌목한 나무를 장작으로 만들어 배에 싣고 마포나루에 가서 판다고 합니다. 문수산에서 장작을? 현대에 사는 여러분들은 놀랄 것입니다. 아무리 문수산이 김포의 에베레스트라지만 376m의 산에서 무슨 장작이 나온다는 말인가 하겠지요.

한 달 정도 벌목하면 벌거숭이 민둥산이 되겠지요. 하지만 제가 살던 때는 사대문 안의 인구가 십만도 안 되고 더욱이 온돌이 있는 집은 부잣집입니다. 평민이 사는 초가집은 반은 땅 밑으로 들어간 지하층이지요. 아, 요즘 뜨는 영화<기생충>에 지하층이 나온다고 하지요? 우리 때는 지열로 방을 덥힙니다.

방은 가마니를 깔아놓고 있지요. 그러니 겨울엔 상상도 못하게 춥습니다. 말이 엉뚱하게 빗나갔네요. 어쨌든 강령포 상인을 상대로 재담 팔러 갔습니다.

“객주님들, 재담꾼 풍문 인사 올립니다.”
허리 굽혀 절을 했지만, 객주를 비롯해 스무 명 남짓한 상인들이 심드렁한 얼굴로 빤히 바라봅니다. 하긴 재담이 상업화되어 널리 알려진 시대가 아니니 이해는 됩니다. 그래서 애당초 계획했던 재담에서 최영 장군으로 바꾸었습니다.

“고려 말에 최영 장군이 계셨습니다. 제가 고양시, 아니 고양에 있는 장군의 묘에 가니 정말 장군님 묘에 풀이 안 나 있더군요. 장군님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할 때 당신이 탐욕했으면 내 무덤에 풀이 날 것이고 아니면 풀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풀이 안 났습니다.”

상인들의 눈치를 보니 뜬금없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나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장군님은 젊어서 무관 벼슬로 나갔을 때 아버님이 하신 말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이지요. 장군은 이 글을 띠에 써 붙이고 다녔습니다.”

이렇게 하고 다니니 뇌물을 주어 이익을 꾀하려는 무리가 생길 수가 없었습니다. 또 용맹한 장군이어서 내륙 깊이까지 침투한 왜구들이 산꼭대기에서 맹렬히 저항하고 있을 때는 단독으로 말을 달려 올라갔습니다. 빗발치는 화살에 뺨에 화살이 꽂힌 채로 용감하게 쳐들어가니 사기가 오른 병졸들이 뒤따라 왜구를 섬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제주도에서는 목호의 난이라고 해서 원나라 후예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불이 붙은 연을 날려 갈대를 태워 반란군을 진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청렴함과 용맹함을 지닌 최영 장군의 명성은 드높아졌습니다.

“최영 장군은 무관이지만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판관도 지냈습니다. 그런데 장사꾼이 농간을 부려 물건 값이 폭등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담합해서 물건을 시장에 내놓지 않았던 겁니다.”
상인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봅니다. 이런 일은 예나 지금이나 상인들 세계에서 흔한 일이지요.
“그러자 최영 장군이 커다란 갈고리를 시장 입구에 걸어놓았습니다. 그리고는 공포했지요.”
최영 장군은 만약 물건을 숨기고 내놓지 않으면 상인을 붙잡아 갈고리로 찍어 걸어놓겠다고 한 것입니다. 장군의 용맹함을 알고 있는 상인들은 겁에 질려 너도나도 물건을 내놓아 물건 값
을 안정시켰습니다. 제 말에 상인들의  안색이 확 변했습니다.

“그 당시 유행은 재상들이 서로 돌아가며 고관들을 초청하는 것이었는데 최영 장군 차례가 되었습니다. 왕의 장인으로 정권을 쥐고 있던지라 재상들은 잔뜩 기대하며 하나, 둘씩 집에 갔습니다. 정권 실세임에도 집은 소박했습니다. 점심시간 즈음에 갔는데 최영 장군은 차만 내놓고 밥상을 내올 기미를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한낮이 다 가도록 밥상은 안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릴락 말락 할 저녁때가 되어서야 밥상이 나왔습니다. 실망스럽게도 기장밥에 나물 몇 가지만 나왔지만. 배가 고팠던지라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어떻소? 우리 집 음식이 특별히 맛이 있다오. 이걸 청렴식이라고 하지요.”최영 장군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고 합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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