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을 굽는 동네

-이화은-

 

달아오른 철판 위에서 붕어들이

몸부림칠 때쯤 귀가길의 남편들

산란의 따끈한 꿈을 한 봉투

가슴에 품어 안는다

 

아파트 창의 충혈된 불빛이

물풀로 일렁이고

아내들의 둥근 어항 속으로 세차게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밤의 한가운데를 직진하는 숨소리

 

파도소리, 비명소리, 도시는,

한여름 서해바다처럼 질척거린다

 

한바탕 아내들의 뜨거운 빵틀 속에서

남편들은 모두

잘 익은 붕어가 되어 또 한 번

꿈결로 숨결로 돌아눕고

붕어빵 같은 아이들의 따스한 숨소리가

높다랗게 벽지 위에 걸린다

기념사진처럼

 

[프로필]

이화은: 경북 경산, 동국대 예술대학원 문창과, 월간문학 등단, 시집[미간] 외 다수

 

[시 감상]

붕어빵, 국화빵, 두 빵의 공통점은 기다림이다. 유년의 한때, 퇴근길에 들고 오시는 누런 봉투 속 붕어빵을 기다리다 설핏 잠든 꿈속 달디 단 팥 알갱이들. 붕어의 살은 따듯했고 속은 달콤했다. 아버지는 한 마리도 안 드시고, 그저 새끼들 먹는 모습만 물끄러미. - 나는 많이 먹었다. 너들이나 먹어라- 빙그레. 퇴근길에 붕어빵 봉지를 들고 가다 문득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여적 붕어빵을 드신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다림이라는 달콤한 속을 그저 내밀기만 하셨다. 지금 나처럼.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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