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사설·기고
<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천하장사 이방실
최영찬 소설가

제가 사는 지금도 사이비 스님이 있지만 몇 백 년 후 대한민국에는 가짜가 많아집니다. 황금에 눈이 멀고 여신도를 성폭행하는 사이비 목사들이 황행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럴 때 힘센 장수가 나타나 그런 자들을 번쩍 들어 염하강에다 처박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은 고려의 명장 이방실 장군이야기입니다. 이름이 방실이라 방실방실 웃고 다니는 분으로 생각하겠지만, 힘이 천하장사로 훗날 벼슬해서 홍건적을 물리친 용맹한 무사였습니다.”

방실이 황해도를 여행할 때 길가에서 한 사내를 만났습니다. 키가 아주 크고 활과 화살을 소지한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 출몰한다는 강도가 틀림없습니다.

“나리, 어디로 가십니까? 제가 이곳 지리를 잘 아니 모시고 가겠습니다.”

방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수락했습니다. 앞장선 강도를 묵묵히 따라가기를 십 리쯤 가는데 비둘기 두 마리가 밭 가운데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강도가 말했습니다.

“나리, 저걸 쏘아 맞힐 수 있겠습니까?”

방실이 연거푸 활을 당겨 비둘기 두 마리를 한꺼번에 떨어뜨렸습니다. 그 솜씨에 놀란 강도는 해칠 기회를 노렸습니다. 해가 떨어지자 숙박할 곳을 찾는데 마침 빈집이 있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방실은 자기가 찼던 활과 화살을 끌러서 도둑에게 맡기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대변이 마려우니 여기서 좀 기다리시오.”

방실이 거적을 들추고 뒷간에 들어가니 이때다 싶은 강도는 뒷간을 향해 활을 쏘았습니다. 방실은 앉은 채로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받아다 뒷간에 꽂았습니다. 이렇게 여러 번 화살을 날렸지만, 그때마다 척척 받아넘기는 것이었습니다. 화살통의 화살이 다 빌 때까지 쏘았지만 실패하자 강도는 그 용맹에 놀라 절하면서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방실이 뒷간에서 나와 살펴보니 엎드리고 있는 강도 옆에 커다란 참나무가 있었습니다.

“이방실이 몸을 솟구쳐 한 손으로 그 가지를 잡아 끌어다가 다른 손으로 강도의 머리털을 동여매었습니다. 칼로 강도의 대가리 껍데기를 썩 긁더니 나뭇가지를 탁 놓아 버렸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자 좌중의 사람들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강도가 어찌 되었을까요? 대갈통 껍질이 홀딱 벗겨지면서 몸만 땅에 떨어졌습니다.”

여기저기서 강 씨 일가의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방실은 어두운 밤길에 따라 사라졌습니다. 후에 늙어서 벼슬이 높아졌을 때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밤이 이슥해졌기에 머물 곳을 찾다가 마침 큰 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방실이 하룻밤 신세를 부탁하자 주인 늙은이가 맞아들이며 술과 안주를 잘 차려 대접을 했습니다. 술이 얼근해지자 주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습니다.

“무관이신 나리를 보니 젊었을 때 생각이 납니다. 내가 기운께나 썼기에 강도가 되어 행인의 재물을 빼앗은 것이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용맹이 뛰어난 청년 하나를 만나 죽이려다가 오히려 제가 죽을 뻔 하다가 목숨을 보전했습니다. 그때 크게 뉘우쳐서 강도짓을 그만두고 농사만 부지런히 지어 지금의 부를 이루었습니다.”

하고는 머리에 쓴 두건을 벗고 머리를 보였습니다. 번들번들하니 대머리라도 된 양 털이라고는 한 오라기도 없었습니다. 이것을 본 이방실은 자신이 그때 그 청년이었음을 말했습니다.

“이방실은 용감한 장수였습니다. 완력이 있어도 어느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라를 지키는 장수가 될 수도 있고 힘 약한 이를 터는 강도도 될 수 있습니다. 선조이신 강감찬 장군도 문관이었지만 문약에 흐르지 않고 무예도 익혀 마침내 역사에 남는 장군이 되었던 것입니다.”

강감찬 장군을 칭찬해서인가요. 약속한 재담비보다 웃돈을 얹어 주었습니다. 세조 시대로 와서 처음으로 재담시장을 개척해서인지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김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