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늦둥이 엄마, 풍무동 송현미 씨

지역사회와 함께 한 시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한 계기
공부보다 ‘존중’이 우선..균등한 정부 지원으로 지자체 차등 없어야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둘도 많다’는 70년대 산아제한 표어가 무색해 지는 요즘이다. 통계청 ‘2018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유일의 0명대인 나라가 됐다.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의 반도 되지 않아 ‘인구절벽’이란 말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11월에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아 최초의 인구감소가 기록되었다 하니, ‘인구재앙’이란 말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인구문제의 큰 원인은 바로 출산율의 감소에 기인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 낳아 키우기 힘든 사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 가운데 다둥이, 다자녀, 다가족 가정 등 화목하고 다복한 가정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세 번째 순서로 풍무동 4남매의 엄마 송현미 씨(44)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4남매 엄마, 송현미 씨.

“셋째를 낳고 아이를 더 낳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늦둥이 아이를 임신했고, ‘언니를 낳아 달라던’ 셋째 아이는 여동생이 생긴다고 동네에 자랑까지 하면서 좋아했어요. 그런데 성별을 알았을 때 정말 너무 실망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나이터울 많은 남동생을 잘 챙겨주는 누나죠.”   

풍무동에 살며 아들 셋, 딸 하나 네 아이를 키우는 송현미 씨(44)는 상건(16, 아들), 상준(14, 아들), 다은(12, 딸), 그리고 늦둥이 상혁(6, 아들) 사남매의 엄마다.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는 둘만 가질 계획이었는데 셋째가 생겼다. 성별검사에서 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설렘과 기대감에 셋째를 낳았다. 결혼 전 유치원 교사를 했고, 워낙 아이도 좋아했던 현미 씨였기에 힘들지만 열심히 키웠다. 그러다가 넷째를 임신했다. 늦둥이, 아무리 아이를 좋아하는 현미 씨라 해도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고 시댁과 친정을 갔는데 양가 어르신들이 다 좋은 꿈을 꾸고 로또를 사셨더란다. “정말 좋은 꿈이더라고요. 돼지 수 십 마리가 집으로 들어오는 꿈, 집안에 물이 가득 차는 꿈을 꾸셨대요. 듣자마자 태몽이라고 생각했어요. 참고로 양가 어르신들의 로또는 다 꽝이었어요.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고,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아이로 인한 행복과 기쁨을 기대하며 넷째를 낳았어요”라며 늦둥이 엄마의 탄생스토리를 들려줬다. 

엄마도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려준 아이들  
두 살 터울의 세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셋 다 어렸기에 큰 아이는 등에 업고, 둘째는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다. 셋째가 태어나서는 큰 애가 걸을 수 있어서 손을 잡고, 등에 업고, 유모차를 태우고 다녔다. 당시 방송국에 근무하던 남편이 한창 바쁠 때여서 육아에 도움을 주지 못했고, 친정과 시댁도 멀어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셋째를 낳고는 없던 피부질환이 생기고, 넷째 때는 비염과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다. 특히 애들이 어릴 때는 24시간 긴장의 연속이었고, 밤에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단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과 기쁨이 더 컸다는 현미 씨. 네 아이를 키우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편지를 받았을 때라고 말한다. “어버이 날이었어요. 학교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쓴 거였겠지만 ‘엄마 고마워요. 말 잘 듣고 엄마 행복하게 해 드릴게요’라는 편지를 받고 울컥 했어요. 말 안 듣는다고 아이들을 다그쳤던 모습이 겹쳐지면서 많은 생각을 했죠. 아이를 키우면서 나만 아이들에게 사랑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도 내게 사랑을 주고 있구나 라는 것을 아이들의 편지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랑을 주기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사랑을 받는 엄마라는 걸 깨닫게 됐고, 말할 수 없이 행복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큰 아이가 간혹 “엄마는 왜 이렇게 동생을 많이 낳았어?”라는 말을 한단다. 첫째이다 보니 일찍부터 동생들과 나눠야 할 것도 많고, 참아야 할 것도 많다 보니 책임감도 많고, 더러 서운할 때도 있었나보다. 그런 아들을 “물질은 넷을 나눠 주지만 사랑은 많이 줄게”라며 다독인다. 

각양각색의 서로 다른 개성강한 4명의 남매가 토닥거리면서도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모습이 기특하다는 현미 씨는 “간혹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면 집이 휑하니 비는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세 명도 남들이 보면 많은 숫자인데 말이죠. 이제 우리 집은 4명이 모여야 완전해 집니다”라고 말했다.   

엄마와 아이를 성장시키는 지역사회 활동
송현미 씨는 김포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이하 참학) 김포지회 사무국장을 비롯해 김포시학교급식지원센터 모니터링단 분과장을 맡고 있다. 
“애가 넷이다 보니 다양한 체험 공간을 찾게 됐고 그러다가 아는 학부모를 통해 참학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한데 각종 놀이, 과학 프로그램이 준비됐고, 좋은 선생님과 또래 아이들이 왁자지껄 놀 수 있는 곳이었어요. 그러면서 참학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송현미 씨는 참학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강조하는 것이 맘에 든단다. 아이들에게는 배울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놀 권리도 있다고. 초등학생조차 학원에 ‘놀이’를 뺏긴 것이 안타까웠고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와글와글 놀이터 사업을 시작해, 지역사회에서 좋은 소문이 나면서 운양초등학교에서는 정식 동아리로 진행하고 있다.  

급식 모니터링단 활동은 2018년부터 시작했는데 많은 것을 새롭게 배우는 기회가 됐다. 아이들의 급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좋은 식재료가 급식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예전에 급식이 맛없다는 아이에게 ‘급식 먹지 말고 집에 와서 간식 먹어’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학교급식이 가장 건강한 먹거리’라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단다. 무엇보다 이런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와 영양교사 사이의 소통과 관계개선 부분까지 생각하게 됐다.   

송현미 씨 가족 사진. 막내 돌을 기념해 찍은 사진이다.

송현미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란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육과 관련해서는 지자체에만 맡기기보다 정부가 일관된 정책을 마련해 지역에 따른 불평등과 편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부만을 강요하는 입시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면서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성장하면서 직업이나 학벌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이유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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