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전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 회장
전 경기도 의원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늘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희로애락, 성공과 실패, 행운과 불행, 순리와 고난과 같은 각양각색의 요소들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삶은 문제의
연속이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자신의 앞날을 예견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누구도 역경이 닥치는 순간을 피할 수는 없다.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은 그 역경을 똑바로 주시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런 다음 그 역경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는 것은 물론, 역경을 삶이 주는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약하고 우매한 사람들은 역경을 하늘이 무너지는 것으로 여겨 절로 고개를 숙이고 끝없이 한숨만 내뱉는다. 삶에 대한 용기를 모두 잃어버린 그들에게 역경은 더욱 가혹하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역경에 부딪히더라도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고난을 복으로 만든 사례를 나는 지난 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12월 4일자 조간신문을 펼치다 <전교 꼴찌 영준이, 기적 같은 수능만점>이라는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나는 큰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처음 본 시험, 전교 127명 중에 126등을 했어요. 내가 꼴찌구나 생각했죠. 집은 어렵고 공부도 못하고...” 그 주인공은 김해외고 3학년 송영준(18)군이었다. 기사를 읽는 내내 큰 감동이 밀려왔다. 영준이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홀어머니를 생각하니, 외고는 내게 맞는 옷이 아닌 것 같았다. 포기하고 공고로 전학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다. 영준이는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하는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외고에 입학했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한 결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과목 만점을 받은 것이다.


기사 중에 특별히 눈에 띄었던 내용은 영준이가 좌우명으로 삼았던 “고통 없이는 얻는 것이 없다(No pain, No gain)”였다. 그 좌우명을 접하고 보니 문득 영국의 유명한 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떠올랐다. 윌리스는 어릴 적에 숲속에서 각종 나무와 곤충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윌리스는 어느 날 나비가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것을 발견했다. 발버둥치고 있는 나비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안타깝게 여긴 윌리스는 나비를 도와주려고 누에고치를 찢어 구멍을 좀 크게 만들어주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나비는 쉽게 고치에서 나오게 되었고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그렇게 나온 나비는 금방 아름다운 색깔을 뽐내며 날아갈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비는 날개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아름다운 무늬도 생기지 않았다. 몇 차례 힘없는 날개 짓을 하던 나비는 결국 죽고 말았다. 나비 스스로
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힘겨운 노력이 나비의 저항력을 키우고 생명력을 얻는 과정임을 소년 윌리스는 그 때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영준이가 좌우명으로 삼았던‘ No pain, No gain’이 주는 삶의 교훈은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고 그 꽃은 마음의 힘을 키우는 선물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영준이는 주변의 관심에 “나는 그냥 노력한데다 운 좋게 잘 된 것 같은데 참 쑥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이 대목에서 약점과의 싸움은 인간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약점을 극복하고 높이 오르고자 하는 희망은 인간의 능력을 한층 증대시킨다. 어떤 능력은 거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타난다. 반면 역경이 닥쳤을 때에만 발견되고 발전하는 능력도 있다. 생명력은 아주 작은 틈만 있어도 그것을 가둬둔 껍질을 뚫고 들어간다. 인간에게는 상상하지 못했던 에너지와 힘이라는 재산이 있고, 때문에 예기치 못한 위험한 상황에 과감하게 맞설 수 있다.


영준이를 가르쳤던 선생님과 친구들은 영준이를 ‘인간승리의 표본’이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역경 앞에서 역경의 본질을 파헤치고 학업에 전념해 온 학생에게 주는 최고의 찬사라고 본다.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포기하겠다는 영준이를 말려서 더 열심히 죽어라 공부하게 했던 담임선생님은 “영준이 수능만점은 대박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없는 집 자식도 희망을 품고도전하면 진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인도해준 스승의 간절함에 크게 감명 받았다. 영준이라고 해서 고민과 불안, 절망과 갈증이 없었겠는가. 다 끝났다며 모두 포기하고 싶을 때, 영준이를 다시 일으켜 세운 주변의 격려 한 마디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성공은 혼자 힘으로 오지 않는다. 누군가 밀어주고 끌어줘야 가능한 것이다.


1984년생으로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 블로거 중 한 명인 마크 맨슨은 우리 삶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 잘하지 않는 두 가지 질문으로‘ 당신은 어떤 고통을 원하는가’와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수 있는가’를 꼽으면서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규정한다고 했다. 마크 맨슨은 이것이 의지나 투지를 말하거나‘, 고생 끝에 낙이온다’는 훈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삶을 구성하는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소로 투쟁이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고 말한다. 우리는 고통 없이 살수는 없다. 꽃길만 걸을 수도 없다. 버티고 또 버티고 또 버텨라. 상처가 없는 성공은 가짜다. 포기하려는 순간에 인생의 명장면이 펼쳐진다. 송영준 군이 남긴 말 한마디를 함께 음미해보자“. 저는 평생 열심히 살 겁니다” 전교 꼴찌가 수능 만점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말 속에 담겨있다. 우리 모두 평생 열심히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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