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花敎

이원형

 

꽃 천지라고

꽃에 걸려 넘어질 지경이라고

시는 안 보이고 꽃만 보인다고

 

꽃을 넘어서란다

꽃 너머의 현실을 보라고

꽃에 가려진 눈물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나의 시가 걸어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는 입바른 소리

틀린 말이 아닌 줄 알지만

 

꽃이 아니면 시를 알기나 했겠어

무슨 수로 시에게 다가가겠어

나의 시는 꽃에게 바치는 기도문

시를 가장한 꽃의 순례

 

꽃잎에 코를 박아본 적 있나

꽃 앞에서 눈물 콧물 빠트려본 적 있나

꽃이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인 줄 알라나 몰라

나의 종교는 화교야

믿을 건 꽃밖에 없거든

꽃 바깥은 못 믿을 것 투성이

 

프로필

이원형 : 충남 서산, 시나무 동인, 흙빛 문학 활동 중

 

시 감상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시에서 배운다. 사물에게 나를 이입하여 나와 사물을 동일시한다는 것은 무의미에 유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생명을 생명으로 인식한다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생각해본다. 꽃에 의미를 부여하고 마치 종교처럼 인식화 한다는 것은 시를 시로 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시인의 자세. 곧 봄이 온다. 꽃이 필 것이다. 품 안에 꽃을 담아보자. 지금보다 더 향기 고운 사람이 될 것이다. [글/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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