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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강감찬 1 <157>

토정 선생님의 말씀대로 지금 시대 사람들이 재담에 관심을 보이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선구자는 언제나 가시밭길을 걷는 것입니다. 마포 나루에서 재담하던 아버지도 재담계에 입문해서 무척 고생하셨습니다. 종로에 있는 전기수를 모방해 재담을 시작했지만, 이야깃거리가 변변치 않아 소재를 구하는데 애먹었습니다. 마포나루가 재담 수요가 아무리 많은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야지 손님을 붙잡을 수 있는 겁니다. 재담꾼으로 나가기 전에 여기저기 옛날이야기 많이 아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듣고는 공책에 기록했습니다. 어려운 한문은 모르지만, 일찍이 한글(아버지는 언문이라고 하셨습니다.)은 깨쳤기에 곧 수백 개의 이야기를 모아 재담꾼으로 나선 것입니다. 아버지가 남긴 유품 덕분에 오랫동안 먹고 살았지만, 저도 이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야 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세조시대로 왔으니 재담꾼으로 나서기 전에 워밍업해야 합니다. 선조 때에는 제가 나름 유명 재담꾼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어찌 반응할지 모릅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손님은 이웃 마을 강부자댁이었습니다. 청지기 지성안을 통해 교섭한 것이지요.

“안녕하십니까? 재담꾼 풍문입니다. 여러분 선조이신 강감찬 장군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무덤덤하게 대청마루에 앉아 있던 일가들이 술렁거렸습니다. 강감찬의 후손이니까요.

“강 장군이, 제가 장군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문무에 다 뛰어난 분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기저기서 암, 옳은 말이요 하는 추임새가 들려옵니다. 자기 선조 칭찬하는데 싫어하는 이가 있겠습니까? 이걸 노리고 아부 좀 떠는 것이지요.

“이 분이 과거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하고 승승장구하다가 한양의 판관으로 갔습니다. 그때 한양에는 호랑이들이 득시글거려 많은 사람이 물려 죽었습니다.”

강감찬의 상관인 부윤이 걱정하자 사흘이면 호랑이를 없애겠다고 장담했습니다. 그리고는 종이에다 글씨를 몇 자 쓰더니 심부름하는 아전에게 뭐라 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아전은 판관이 말한 대로 골짜기로 들어가니 다 떨어진 옷을 입은 늙은 중 하나가 바위에 앉아 있어 종이를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중은 아전을 따라 강감찬 앞에 와 절하고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네가 비록 짐승일망정 보통 짐승이 아닌데 어찌 사람을 해친다는 말이냐. 사흘 말미를 줄 테니 너의 식솔을 이끌고 이곳을 떠나거라. 아니면 모두 죽여버리겠다!”

하니 중이 쩔쩔매면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부윤이 크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판관이 정신이 나갔소? 저따위 다 늙어 꼬부라진 중이 호랑이란 말이요?”

강감찬이 늙은 중에게 명령했습니다.

“부윤이 믿지 않으시니 네 본색을 드러내라!”

그러자 중이 벼락 치는 소리를 지르더니 커다란 호랑이로 변해 마루 난간을 움켜잡자 부윤은 놀라서 뒤로 벌렁 넘어졌습니다. 강감찬이 그만두라고 하자 호랑이는 다시 중으로 변해 물러갔습니다. 며칠 후에 부윤의 명령을 받은 아전이 골짜기로 다시 가니 늙은 호랑이가 앞장서고 그 뒤를 작은 호랑이 여러 마리가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뒤로 호랑이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나는 대충 이런 이야기를 손짓발짓해가며 연극하듯 말했습니다.

“이날부터 한양에서 호랑이로부터 해를 당하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재담을 끝내고 좌중 사람들의 눈치를 보니 어째 시큰둥한 표정입니다. 나는 아차 했습니다. 이 집이 누구의 집입니까. 아마도 그 이야기는 벌써 알고 있는 듯합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그 이야기는 우리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실감나게 하는 이는 처음이요.”

하면서 박수치자 모두 따라서 치는 것이었습니다. 짝짝짝.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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