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김포시의원

빗질을 하며

                                                                                  
이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빗질하는 저녁이다
지금까지 한 올 한 올에 신경쓰며 살다보니
삐뚤삐뚤하게 걸어 왔다 
가르마를 가르듯 다시 정리하는 시간
거울 앞에서 하루하루의 삶을 되돌아보며
나를 응시해 본다
이십대 삼십대에 하나 둘 보이던 흰머리가
이제는 검은 것보다 흰머리가 더 많음을
빗질한다고 하얀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검은 삶이든 하얀 삶이든
헝클어진 과거를 빗질하면서
가지런히 지나온 삶을 정리하자
자르고 잘라도 자라나는 사람들 관계 속
복잡하게 꼬이고 정리가 되지 않아도
천성이 반곱슬인 인생
비가 올 때면 더욱 곱슬곱슬해지는 삶
빗질을 해도 소용이 없을 때도 있다
봄날 오후 봉당에서
보자기 두르고 어머니가 손수
머리를 잘라주시고
가지런히 빗어주실 땐
이렇게 곱슬은 아니었는데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
눈을 덥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가르마를 만들고 하얀 머리와 검은 머리
회색의 머리까지 굴곡 많던
지나온 시간을 빗질한다
빗질한다

<시평>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세듯
자잘한 낱개들에 묻혀 큰 그림을 놓친 회한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곱슬한 머리처럼 이런저런 사유로 굴곡진 마음의 상처가 왜
그리도 잘 치유되지 않는지.
올바름을 세워 자신을 가다듬는 지난날에서 이어진 오늘.
나에게는 늘 그렇듯 성찰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작가의 시선은 과거에서 오늘로 오면서
불편한 왜곡들에 자신이 실망하지만
삶의 평온을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자신을 격려하고 있다.
새해를 맞아 가지런히 마음의 빗질을 하자.

박태운 발행인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