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운 발행인

최근 모 방송국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노래경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참가한 사람들마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음악 서바이벌에 참가하는데 그 사연이 공통적으로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라는 간절함이 애틋하게 엿보인다. 자신의 인생이지만 자신만의 생각과 의지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살아가기에는 사회속에서 삶의 세파가 그런 모든 걸 허용하기가 녹록치 않다.

부부가 중국집을 운영하며 살다보니 명절에만 문을 닫는다. 휴일 없는 고단한 삶의 강행군속에서도 흥얼거리면서 노래하는 걸 즐겨했던 주부가 가수 못지않은 열창을 하고, 이미 가수로 무대에 서 본 경험자들이 제2의 도약을 위한 시도를 하고, 60세가 넘은 분의 무대에 선 모습은 서바이벌의 통과 여부를 떠나 박수갈채가 절로 일어난다.

그분들의 뒤에는 사랑하는 가족의 성원이 있었고, 노래로 새로운 인생을 갈구하는 부인의 인생결정권 염원을 풀어주기 위한 남편들의 적극적 응원도 있었다. 어떤 사연에서는 눈시울이 적셔지기도 했고, 노래에 심취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신선함과 독창성이어서 기존의 프로가수들이 보여주는 어찌 보면 ‘뻔한’흐름보다 1% 부족했어도 그 부족함이 인간적 순수함으로 깊게 각인된 결과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나 일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시기를 놓치고,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고 가정 사정으로 피치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를 마치면 직장이나 장사나 기타의 방법으로 먹고사는 호구지책을 마련해야 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하다보면 양육에, 아파트원리금 상환에, 자기만의 시간으로 자신을 추구하는 시간과 경제적 역량을 발휘하기 쉽지않다.

직장생활을 끝내고 이제는 택시기사를 하는 어떤 분은 자녀들 시집·장가 다 보내고 나니 요즘은 색소폰 동호회에서 열심히 연주를 배우고 있는데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면서 처음 색소폰을 배우면서 악기를 살 때의 설레는 감정을 기억한다며 나이 들어서도 설렘이 있고 살아있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색소폰 부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평생의 소원이 풀어지는데 행복은 당연하리라.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기회의 다양성을 추구하여 대학에서의 전공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바꾼다. 우리 세대처럼 주어진 환경에, 주어지는 부모의 뜻에 따르기보다 자신에 어울리고 추구하는 삶에 맞는 모양들을 다양하게 추구한다. 현명한 선택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격세지감도 느끼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용기에 찬사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미 초과학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발달과정을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하며 지금도 철기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철기 등을 다양하게 합성한 재료공학의 발달로 또 다른 합성물질시대로 진입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인공지능과 퀀텀컴퓨터에 의한 새로운 종의 인간시대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항공기를 통해 세계 곳곳을 이틀의 시간안에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갈 수 있지만, 향후는 더 미세하게 오지까지도 드론택시로 손쉽게 여행할 수 있다. 드론 한 대만 있다면 아프리카 오지 전역을 답사하는 여행이 가능하다.

지금의 80세 평균수명도 무의미해진다. 인간생명의 비밀인 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인간유전자 서열을 99.99% 정확도로 완성했고 이제는 유전자지도 완성에 따른 포스트게놈시대로 접어들어 팬텀컴퓨터,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인간의 수명은 어느 단계에서 100년이 아니라, 500년, 5000년의 인간시대로 가는 길이 이미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대에서도 인생에서의 아쉬움이 존재할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의 역설로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길다’로 오히려 수 백 년 한 세대의 인생에서 예술의 피고 지는 명멸을 지켜볼 수 있을 수도 있음이 예견된다. 젊은 사람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못다 한 많은 것들을 서서히 준비하여 긴 인생에서 꽃 피울 과제들을 찾아본다면 자신의 인생을 더욱 값지게 영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시대에서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인간의 일들을 담당할 때 인간은 결국 자기의 본능과 재능과 감성에 의한 ‘자기발전을 위한 여유로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고민하는 대중교육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인생은 설레는 꿈의 시대이다. 단편적 재주에서 자신만이 구가할 특성 있는 예술의 편린들에 집중하여 행복을 찾는 노력으로 내가 무엇에 재능이 있고 무엇을 흥미 있게 여기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도 관건이다. 일하지 않는 인간들이 소일하는 사회를 인간순수시대라 한다면 순수시대에서는 인간의 꿈들이 모두 이루어지는 인생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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