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상소감 > 

 

올 가을은 어느 때 보다도 풍요로웠다. 농부들의 깊어진 수심만큼이나 농산물들이 떨이로 팔려나가고 있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대칭되는 극지의 생각들도 한층 풍요로웠다. 만공에 나부끼는 단풍들처럼 노랗거나 붉은 깃발들이 가을거리를 가득 메웠다. 나름의 애국적 단풍들이 두 빛깔로 선명했다. 아! 저 노랗고 붉은 단풍전사들, 좌우의 대칭이 저리 단호하니 내 어정쩡한 생각 한 자락 끼어들 틈이 없다. 우리네 오른 팔과 왼팔은 화이부동(和而不同)형으로 조응하며 잘도 걸어가고 있건만 저 두 빛깔은 언제쯤 한 몸으로 묽어질까. 묽어지기나 할까. 그런 걱정을 조금하는 사이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올 가을도 글 쭉정이 몇 알들고 빈들이나 조망하려니 했는데 당선전화가 왔다. 잘 익은 대봉 감 한 개를 배달 받은 듯 달고 기뻤다.

시를 놓고 잠깐 수필로 외도한다는 것이 어느새 십년이 넘은 것 같다. 외도가 아니라 아예 눌러앉았다. 수필의 매력에 푹 빠지다보니 시는 첫사랑처럼 아리고 아련한 것들이 되었다. 꼭 한번은 그 절해고도의 외길로 돌아가고 싶지만 시를 잊고 산 날들이 많았다. 직장 일로 안위하며 나를 벼랑 끝으로 떠밀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수필에서 일가를 이루지도 못했다. 아직까지 변변한 작품 집 하나 없으니, 참 어정쩡한 문학이력이다. 그 어정쩡한 보폭을 수상의 힘을 빌려 이 가을엔 조금 더 부지런히 걸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작품을 탈고하면서 힘이 많이 들어갔고 수사(修辭)과잉이 마음에 걸렸다. 또 결미가 앞 단락을 수렴하지 못하고 주관적 해석에 머물지는 않았는가도 싶다. 늘 혼자서 부족을 가늠해 보는 독수공방 글쓰기의 한계이지 싶다. 티가 많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선에 올려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해 올린다. 아울러 김포문학상을 전국공모전으로 바꾸어 이처럼 멋진 글 잔치를 마련해주신 김포문인협회 관계자 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프로필 >

 

우수상 수상자 김만년 씨

김만년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 졸업. 시『月刊文學』등단(2004) 수필

『경남신문신춘문예』당선(2015). 근로자문화예술제 시부문

대통령상. 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최우수상, 시부문 우

수상. 전태일문학상. 독도문예대전 산문부문 최우수상.

대구일보수필대전금상. 투데이신문 직장인신춘문예 수필당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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