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얼마 전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리려고 문을 열었는데 문득 가까운 곳에서 시선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동작을 멈춘 채 주위를 둘러보았고 곧 어렵지 않게 시선의 주인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였습니다. 하얀 털과 누런 털이 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화단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저를 빤히 쳐다보며 경계했습니다. 아무래도 볕이 따뜻하게 드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차에 다시 올라타지도 않고 아예 내리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고양이를 향해 천천히 눈을 깜빡였습니다. 어디선가 배웠던 대로 고양이에게 눈 키스를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안심해도 좋아, 하고 열심히 신호를 보냈습니다. 한참 동안 그렇게 고양이와 눈빛을 교환했고 마침내 자신감이 생긴 저는 차에서 완전히 내려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순간 고양이가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지키던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부리나케 뒤로 물러나 저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야 왜 그래, 다시 여기로 와, 괜찮아, 몇 마디를 건네다가 그냥 천천히 그곳에서 벗어나는 것을 택했습니다. 제가 뒷걸음질을 치며 멀어지자 고양이는 그제야 만족한 듯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몸을 웅크리고 앉아 가을 햇살을 즐겼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자리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편안한 자리, 누워 있고 싶은 자리, 방해받고 싶지 않은 자리. 모두가 그런 자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요. 그날 만난 고양이의 자리처럼 물리적인 자리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자리이든 간에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자리를 떠나거나, 놓치거나, 빼앗기는 경우가 생긴다면 대부분은 반드시 기회를 봐서 다시 되찾으려고 애쓸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원하는 자리를 차지하려는 과정 자체가 우리의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소설’이 바로 그런 자리입니다. 저만의 문장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감을 느낍니다.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고단할 때조차도 소설만은 포기할 수 없었고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그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야하는 상황이 올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멀리 떠나지 않고 주변만 맴돌며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다시 똑같은 자리로 돌아와 몸을 웅크리고 만족한 고양이처럼 행복해하곤 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자리를 치열하게 지켜내겠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김포문인협회와 심사위원분들께 우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이평재 선생님과 예술서가 문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누구보다도 제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들, 친구들, 민수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들 덕분에 어느덧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도 햇살만큼은 참 따뜻합니다.

 

< 프로필 >

대상 수상자 황윤정씨

황윤정

1989년 대구 출생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

2019년 부천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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