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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김포문학상 심사평

<소설>

본심에 올라온 13편의 단편 중에서 일차로 눈이 간 작품은 신현돈(인천 부평)의 <아빠 여자와의 동거>, 고문희(인천 중구)의 <고구마를 드세요>, 박종희(세종시)의 <제 14호 태풍 매미>, 정남일(경기 부천)의 <미사일이 떨어진다>, 황윤정(경기 수원)의 <로마 로마 로마> 이렇게 5편이었다. 도입부분의 흡인력이 가장 강렬했던 작품은 <미사일이 떨어진다>였다. 나와 오빠는 엄마와 미군과의 사이에서 난 혼혈이다. 오빠는 하늘에서 미사일이 떨어질 거라고 불안해하는 강박증 환자이다... 이 정도면 일단 기대가 된다.

문제는 다음이다. 작가는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정 거리가 유지된다. 이 거리유지는 작가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과 연관된다.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그 부분을 실패했다는 뜻이다. 뒤로 갈수록 자신의 설정과 소재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아니면 처음부터 영역과 정황을 잘못 잡았던지.

이 부분 상당히 아쉬웠다. <아빠 여자와의 동거> <고구마를 드세요> <제 14호 태풍 매미> 도 묘사가 생생하거나 힘이 살아있다는 나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설정을 과도하게 밀고 간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단편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하는가 보다 무슨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가 중요하다. 시시콜콜 다 나열하면 집중도가 떨어지니까. 단편은 서너 개의 잘 살린 에피소드가 물밑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르이다.

가장 ‘오바’ 하지 않은 작품이 <로마 로마 로마>였다. 소재 자체의 선선도가 떨어지고 구성이 단조롭다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매끄러운 서술의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말하는 것처럼(이때 그 말이 자연스럽고 효과적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말이다. 흔히 문장, 문맥 호흡이라고 말하는 이것은 작가의 중요한 덕목이다. 상당한 연마의 결과로 보인다.

 

<수필>

본심에 올라온 작품들을 읽으며 먼저 든 생각은 다들 오랜 세월 삶을 붙들고 진지하게 글들을 써오셨구나, 이러니 삶 또한 글과 다르지 않으시겠구나 하는 거였다. 동시에 ‘너무 큰 대상을 글쓰기의 소재로 선택해서 인생을 통째로 결론지으려 하는 경향’ 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보니 편편이 성찰의 끝을 보여준다. 과도한 성찰은 읽는 사람을 부담스럽게 한다. 반성과 성찰은 독자의 영역이다. 작가의 역할은 그 지점까지 효과적으로 독자를 데리고 가는 것이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디테일을 통한, 생각지도 못한 접근과 반응 아니겠는가.

좋게 읽은 작품은 이재은(충북 청주)의 <떡보의 편지>, 서정애(경북 포항) <모죽>, 김만년(서울 서대문) <기적소리, 그 멀고 아련한 것들에 대하여> 이며 각각 1편씩의 수필이 더 있었다. 사실 이 작품들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비슷하고 안정적이며 완성도 또한 높았기에 차이는 없었다.

다만, <기적소리, 그 멀고 아련한 것들에 대하여> 가 앞의 작품들에 비해 감정의 과잉이 적었고 그만큼 더 담담하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

안도현 시인과 협의하여 단편소설 <로마 로마 로마>을 대상으로, 수필<기적소리, 그 멀고 아련한 것들에 대하여>를 우수상으로 정했다. 두 분께 축하드린다.

(한창훈. 소설가)

 

<시>

제18회 김포문학상 공모에 시 부문은 모두 865편의 시가 응모되었다. 그 중에서 예심을 통과해 내게 온 詩 마흔 한 분의 작품과 동시 열다섯 분의 작품들은 매우 진지한 태도로 세계를 관찰하는가 하면 최근 우리 시의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젊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지역과 연령층에 상관없이 응모작 속에 좋은 작품이 많다는 뜻이다. 김포의 지역성이 문학을 매개로 해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반가웠다.

최종심에는 다섯 분의 작품이 올라왔다. 박정애(전북 군산)의 「두바이, 두바이」는 한 편의 시에 서사를 앉히면서 어떤 박진감 있는 분위기를 능숙하게 연출한다. 상상의 폭이 넓고 언어는 활달하다. 다만 드라마틱한 서사를 구성하면서 극단적인 시어를 자주 등장시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활자를 눕히거나 불필요한 부호를 남용하는 일도 자제했으면 좋겠다. 신진향(경기 광주) 「마트료시카와의 인터뷰」는 친근한 구어체를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시에 적지 않은 활력을 불어넣는 데 성공하고 있다. 거침없는 전개 능력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사유의 힘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그게 수다스럽고 장황하다는 인식을 주면서 감점 요인이 되었다. 「소경목림」의 김종화(인천 부평) 응모자에게도 앞에서와 같은 지적을 해주고 싶다. 시가 단정한데 갑갑하고 깜찍한데 불안하다. 목소리가 명랑하지만 조급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세 분에게는 시의 호흡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동시 부문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있어 최종심에 올리지 못했다.

우수상으로 뽑은 김미나(경기 구리)의 「꽃은 뱀을 몰고 온다」는 전통적인 서정이라고 부를 만한 세계를 자신만의 기법으로 차분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후반부로 가면서 원래 제시했던 꽃과 뱀과 나무의 이미지를 변주하는 능력도 만만치 않다. 삶의 구체성에 더 렌즈를 들이대보라는 말을 하면 욕심일까. 노수옥(경기 안양) 「봄엔 다 그래요」를 또 다른 우수상으로 골랐다. “우리 집 자(尺)들이 조금씩 자랐어요/ 그만큼 세상의 길이들은 줄었겠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서두는 단번에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봄이라는 계절의 아름답고 섬세한 변화를 감각적인 이미지에 실어 표현한 이 시의 따뜻한 여운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수상자에게는 술 한 잔을, 고배를 마신 분들께도 또 술 한 잔을.

(안도현. 시인)

< 심사위원 프로필 >

안도현 시인

1961년 경북 예천 출생에서 태어났다. 1984년 어느 신문의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등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창훈 소설가

소설집 『가던 새 본다』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청춘가를 불러요』 『나는 여기가 좋다』 『그 남자의 연애사』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장편 『홍합』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 『열 여섯의 섬』 『꽃의 나라』 『순정』 『네가 이별을 떠날 때』 산문집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 어린이 책 『검은섬의 전설』 『제주선비 구사일생 표류기』 등. 대산창작기금, 한겨레문학상, 요산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 수상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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