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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말더듬이 양성지 <149>

토정 선생은 한족은 계산이 빠르고 인내심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의지가 굳건하고 힘이 센 북방 민족에게 정복당해도 멸망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항하지 않으니 안심 놓고 통치한 것이겠지요.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이런 것을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법이라고 하지. 우리가 명나라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장려하는 것도 백성의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을 안 거야.”

몇 백 년 뒤 조선 아니 대한민국에서 최저 출산율로 걱정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인구가 적으면 인구가 많은 민족에게 쉽게 동화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우리 조선에서 단군을 국조로 하는 이는 아마도 양성지 영감뿐일 거야. 조선 오백년 동안 그것을 입에 담는 이는 오직 양성지뿐이고.”

토정 선생은 단군을 국조로 하자는 눌재 선생의 주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조상의 뿌리를 알아야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군을 모르고 명나라에 사대하는 것은 자기 아버지를 버리고 남의 아버지를 모시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정색을 하시고 묻습니다.

“풍문, 우리가 왜 이곳에 와있을까? 많고 많은 시대 중에 하필 세조시대로 왔을까?”

“그거야, 염포교에게 쫓기게 되니까 양성지 선생 무덤을 통해 타임슬립 아니 시간을 거슬러 온 것 아닙니까?”

“그냥 온 것이 아니네. 이것은 양성지 영감의 목을 바로잡으라는 하늘의 명이네.”

“아, 그런 거요?”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하고 말했습니다. 토정 선생의 얼굴이 더 심각해집니다.

“눌재 양성지 영감은 목소리를 바로 잡아야 세조 임금의 총애를 받게 되고 더 많은 제안을 받아들여 백성의 생활을 편히 하게 될 거야.”

“하지만 선생님. 어차피 될 운명은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들이 힘쓰지 않아도.”

제 말은 여기서 끊어야했습니다. 선생님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기 때문입니다.

“운명은 개척하는 거야. 평생을 말더듬이로 살았던 사람이 어떻게 저절로 나아지기 바라나.”

“선생님. 그러면 양성지 영감이 훗날 말더듬는 것을 고쳤다고 책에 기록되어 있나요?”

책에 양성지가 오십 살에 목을 고쳐 더욱 출세했다고 기록이 되어 있다면 믿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쳤는지 안 고쳤는지 확실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록에 나와 있지는 않지. 하지만 이 시대에 양성지 영감은 크게 출세하게 돼. 임금 앞에서 는 또박또박 말했다는 전설도 남아 있고. 그렇다면 누군가 고쳐 주었다는 것이지.”

“누가 고쳤을까요? 선생님이 고칠 수 있습니까?”

이해가 안 됩니다. 토정선생이 기인이기는 하지만 모르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양성지 영감을 말더듬에서 고칠 수 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바보 같은 놈! 김우희가 있잖아.”

“김우희요? 그 여의사가 말더듬이를 고칠 수 있다고요?”

“그렇지. 네 혹은 수술이외에는 뗄 수 없지만 말을 더듬는 것은 고칠 수 있을 거야.”

선생님께 바보라는 극언을 들었지만 말씀을 수긍할 수 있습니다. 내 혹은 메스로 잘라내야 하지만 말더듬는 것은 심리적 요인도 있을 것이니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풍문, 우선 양성지 영감이 언제부터 왜 말을 더듬게 되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면 재담이 필요해.”

토정 선생님 말씀은 집안 식구들을 통해 알아내거나 아니면 원통 훈장을 통해 탄생지인 청풍에 내려가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재담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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